[사설]‘힘에 의한 평화’의 상징 이스라엘, 우리의 미래인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양측 간 무력 충돌이 나흘째 이어지며 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하마스의 민간인 살상과 납치가 명백한 전쟁범죄라는 점에 이의가 없다. 이스라엘의 반격은 정당방위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그것이 오래 지속될 경우 국제법적 쟁점이 될 소지도 있다. 먼 이국 땅에서 일어난 비극을 지켜보면서 성급하게 교훈을 찾으려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무력 충돌이 더 이상의 인명 살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제적 중재가 절실하며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도 힘을 보탤 때이다.
다만 도심에 포탄이 떨어지는 장면을 본 사람들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한 상황이 우리에게도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한반도 역시 잠재적 화약고로 분류되는 곳이다. 지금까지 이·팔 전쟁 상황을 보면서 합의 가능한 건 이런 정도일 것이다. 무력 대치하는 상대방 의도·동향에 대한 정보 분석이 중요하고, 기습 공격 시 대비할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안심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아무리 첨단 방어무기라도 원시적 수준의 무기에 의한 공격에조차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은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한국군이 모델로 삼는 무기인데, 수천 발의 포탄 공격에 무용지물이 됐다. 모사드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기관인데, 육·해·공으로 장벽을 넘어오는 하마스 공격을 예측하지 못했다. 결국 아무리 장벽을 높이 쌓고, 정보 활동을 강화하고, 첨단 무기에 돈을 쏟아부어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하마스는 비국가 무장단체이고, 북한은 핵무장을 한 국가이다. 관점에 따라 북한이 하마스보다 더 큰 안보 위협일 수 있고, 반면에 북한이 하마스보다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리라고 볼 근거도 있다. 일단 북한이 더 큰 위협이라고 보고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그 방향이 더 높은 장벽, 더 많은 군사훈련 실시, 무기 도입이기만 한다면 결코 많은 국민들이 진정으로 안심하진 못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한국 보수가 모범으로 삼는 ‘힘에 의한 평화’의 상징이다. 그 귀결이 지금 보는 것처럼 상시적 불안감 속에 사는 것이라면 우리가 가야 할 미래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해야 하마스 공격 같은 것을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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