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칼럼] 닮은꼴 한국과 미국의 불타협 정치
최근 미국에서는 하원의장이 자당 출신 강경파 소수(8명)의원의 주도로 해임안이 통과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에서도 국회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야당 반대로 35년 만에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이처럼 근래들어 한국과 미국의 정치양상이 갈수록 닮은꼴로 흘러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여야간 대화나 타협의 정치가 사라지고 대립과 반목이 심화되는 극단적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다. 대립과 반목은 정치권에만 한정되지 않고 지지세력간의 대립과 반목으로 이어져 국민분열까지 초래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는 미국과 한국 모두 양당제가 갖는 장점인 안정적인 정권교체는 사라지고 대립과 반목을 중재할 정치지도자나 정치세력이 없어 양당제가 오히려 정치안정과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에서 근래 들어 타협이 사라지고 대립이 심화된 가장 큰 요인은 대선에서 패배한 야당의 정치지도자가 물러나지 않고 재도전을 위해 현 정권을 끊임없이 공격하면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재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법적 재판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정치지지세력(팬덤)의 도움으로 야당(공화당 )내 차기 대선주자로서 가장 높은 여론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공화당의원들이 이를 무시하기 어렵고 심지어 그를 추종하는 공화당 내 세력들이 현정권과의 대립과 반목에 앞장서 타협과 협상이 어렵기 때문이다.매카시 하원의장의 해임도 트럼프를 추종하는 강경 성향의 의원들의 주도로 이루어졌는 바, 이들이 해임을 주도한 이유도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을 자당 출신 하원의장이 합의해주었다는 이유다. 이들 의원들에게는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정부서비스 일시 중단이나 금융시장 충격과 국가신용등급 하락 같은 민생경제 문제보다 오로지 의회 다수당으로서 집권여당과 현직 대통령을 굴복시켜 정치적 타격을 주지 못한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타협에 나서준 야당 하원의장의 해임에 집권 여당의원들이 동조한 점이다. 그만큼 여야 간 불신과 반목이 크다는 점이며 이런 풍토 하에서 앞으로 타협을 주도할 의회 내 온건파의 입장은 더욱 좁아질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차기 하원의장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현재까지 모두 친트럼트 성향의 강경파 의원들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들을 지지할 의사를 밝혀 친트럼프계 강경파 의원이 하원의장에 당선될 경우 앞으로 대선전까지 여야 간 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정치 불안은 세계경제와 우크라이나, 중동, 한반도 등 세계 안보에도 커다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도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후보가 물러나지 않고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거쳐 거대야당 대표에 선출됨에 따라 여야간의 대립과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이 각종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지지세력(개딸과 같은 팬덤)으로 야당 내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특히 다가올 총선에서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대표이기 때문에 트럼프보다 자당 내 의원들에 대한 영향력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민주당내 원내대표를 포함해 주요 보직을 친이재명계가 장악하고 있고, 친이재명계가 아닌 의원들조차 공천권을 가진 대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재명대표의 경우 현재 각종 법 위반 의혹으로 재판이 진행 중에 있고, 앞으로도 검찰의 추가 기소로 재판이 진행될 예정으로 있어 야당 대표의 법적리스크가 정치불안정과 함께 여야간의 극한대립은 물론 정치 지지세력 간의 갈등으로 이어져 국가 전반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둔 미국처럼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기싸움과 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여 민생과 경제는 더욱 도외시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이 국민 특히 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각종 민생과 경제 관련 법안이 여야간 대치로 통과되지 못하거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로 인한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운영이 일시 중단되는 등 사법업무에 커다란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다.
대통령 중심제는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반면, 어떤 이념이나 성향의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가에 따라 정치와 국가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수 있다. 대통령중심제의 모범국가로 평가받아온 미국의 경우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내 인종간 대립과 분열이 심화되고 자국이기주의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었다. 한국의 경우도 다른 이념 성향을 가진 대통령으로 정권 교체시마다 정책이 급변함에 따라 국민경제에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였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탈원전 정책과 부동산 정책이다. 특히 미국이나 한국처럼 사실상 양당제로 운영되는 경우 여야간의 대립이 격화할 경우 이를 중재할 정치세력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과거 여야간의 의석 차이가 크지않을 경우에는 시급한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간 정책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타협의 정치 사례를 보여준 바 있으나 지난 총선 때 무소불위의 압도적 거대 여당이 출현된 이후 협치의 필요성이 사라졌는지 거대 여당의 입법독주가 계속되어 왔고, 국민의 심판으로 야당이 되었음에도 입법독주는 계속되고있다.
따라서 차제에 거대 의석을 가진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고 여야 간 극한 대립을 방지해 타협의 정치를 이끌수 있는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치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국민주권 의식이 절실하다. 정치선동이나 달콤한 거짓주장에 맹목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사실에 입각해 냉철하게 판단할수 있는 유권자들이 많아질수록 여야간의 불필요한 대립과 반목은 줄어들고 타협의 정치가 복원될 수 있어 국민 피해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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