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비밀병기' 그린수소…24시간 원하는 만큼 친환경 전기 쓴다
(8) 韓언론 첫 美 블룸에너지 '프리몬트 기가팩토리' 방문
공장에 생산인력보다 연구진 많아
발전기 한 세트, 5평이면 들어가
기존 전력망 관계없이 전력생산
"2030년 美 데이터센터의 45%
예비전력으로 수소전지 쓸 것"
“반 뼘 높이의 이 스택 한 개 반이면 평균적인 미국 주택 한 채가 하루 쓸 전기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습니다.”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 프리몬트에 들어선 블룸에너지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가팩토리. 지난달 19일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이 국내 언론 최초로 방문한 이 공장에선 플로피디스크처럼 생긴 셀을 24시간 쉴 새 없이 찍어내고 있었다. 셀은 연료를 태우는 과정 없이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만으로 전기를 얻어내는 연료전지의 기본 단위다.
원전 2% 크기 부지에서 동일 전력 생산
완성된 SOFC 셀의 크기는 고작해야 성인 손바닥 정도다. 정사각형의 세라믹 웨이퍼 양쪽 면에 양극·음극 역할을 하는 잉크를 바른 뒤 도자기처럼 구워서 만든다. 이런 셀 31개를 층층이 쌓으면 셀 더미인 스택이 완성된다.
브래드 필즈 블룸에너지 선임디렉터는 “반년 전까지만 해도 스택 하나에 셀 25개가 들어갔는데 소재 기술과 공정 혁신으로 많은 셀을 쌓을 수 있다”며 “4~5년 뒤에는 스택 하나에 셀 250개가 들어가게 돼 출력 밀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에너지가 기존 공장이 있는 델라웨어가 아니라 실리콘밸리에 기가팩토리를 세운 것도 소재와 설계 고도화를 위한 연구 인력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이 공장의 연구·기술 인력은 700명으로 생산 인력(560명)보다 많다.
프리몬트 기가팩토리 면적은 1만5200㎡(약 4600평) 규모다. 여기서 제조되는 SOFC는 연간 1GW의 전력을 생산한다. 66만1100㎡(약 20만 평)짜리 대형 원자력발전소 1기를 가동하는 것과 맞먹는 전력량이다.
수전해 설비를 만들 수 있는 수전해전지 셀(SOEC)도 같은 라인에서 생산된다. 연 2GW 규모의 수전해 설비를 구축할 수 있다. 블룸에너지의 수전해 설비는 37.5㎾h의 전력량으로 수소 1㎏을 생산한다. 상용화된 수전해 기술 중 최고 효율이다. 릭 뷰텔 수소사업부문 부사장은 “2년 내 SOFC 기준 생산 능력을 두 배인 2GW로 늘리고 궁극적으로 4~5GW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블룸에너지는 공정에서 사람 개입을 최소화하고 재활용률을 98%로 높여 생산 비용을 대폭 낮췄다. 이렇게 생산한 SOFC로 독립형 발전기부터 선박용 연료전지, 소규모 전력망 마이크로그리드 등 다양한 수소 발전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고정식 연료전지 시장 세계 점유율은 44%로 압도적 1위다.
SOFC, 기존보다 발전효율 40% 높아
고체산화물 기반 전지는 수소를 전기로, 또 전기를 수소로 전환하는 연료전지 및 수전해전지 분야 차세대 기술이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물만 남기고 전기를 생산한다. 충전이 필요한 배터리와 달리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그 자체로 작은 발전 시스템인 셈이다.
800도 이상 고온에서 작동하는 고체산화물 전지는 다른 연료전지보다 발전 효율이 최대 40% 더 높다. 값비싼 귀금속 촉매가 필요 없어 경제성도 뛰어나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 얻은 ‘무탄소’ 그린수소를 다시 전기 생산에 활용하면 효율적이면서도 오염원을 배출하지 않는 발전 선순환이 가능하다.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수소가 ‘해결사’로 떠오른 이유다.
블룸에너지의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200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신뢰성과 내구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좀처럼 상용화되지 못하던 SOFC를 15년 전부터 대량 생산했다. 전기 발전 효율은 65%로 현존 최고 수준이다.
전력 330㎾를 생산하는 블룸에너지의 SOFC 발전기 한 세트가 차지하는 면적은 16㎡(약 5평)가 채 안 된다. 발전 용량 제한 없이 모듈을 원하는 만큼 이어붙여 에너지가 필요한 곳에 설치해 바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는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 구축에도 유리하다. 뷰텔 부사장은 “수십 년간 ‘미래 연료’로 취급받던 수소 시대가 마침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새너제이·프리몬트=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 한국경제·모바일한경·WSJ 구독신청하기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니트 한 장에 수백만원 부담됐는데"…'가성비'에 반했다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 "우유 마시기 무서울 정도"…엄마들 '갈아타기' 조짐 심상찮다
- "미친 짓" 무시했지만…10년 만에 세계 1위 거머쥔 '한국 거인'
- '광명이 무슨 12억?' 했는데 완판…"11억은 무조건 넣어야죠"
- '붓기 빼주는 마사지기' SNS서 광고 쏟아졌는데…반전 사실
- 美 시카고서 하룻밤새 철새 약 1000마리 '억울한'(?) 떼죽음
- 편의점 '위장취업'하더니…1650만원 빼돌린 20대들 최후
- '우표 수집가의 성배' 美 경매 출품…20억원대 낙찰 예상
- 교사 간곡한 요청 끝에…화천 마지막 사육곰 농장서 구조
- "고등학생에 무료 콘돔 지급" 반대한 美 캘리포니아 주지사…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