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의 인사이트] 다시 온 '환율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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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에 세게 베팅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장중 150.16엔까지 치솟았다.
달러가 유독 강한 흐름을 보인 후 위기가 도래한 선례가 있다.
실제 198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중반에 발생한 두번의 달러 강세 국면 후 남미의 국가부채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각각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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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국가 간 통화의 교환비율이다. 경제가 좋으면 가치는 뛴다. 달러의 독야청청은 미국 경제의 열기가 그만큼 뜨겁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9월 중간경제전망 발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5%로 예측했다. 기존 전망 그대로다. 반면 미국은 2.2%로 0.6%p나 올렸다. 한미 간 금리도 차이가 난다. 미국 정책금리는 최고 5.5%로 한국 대비 2%p 높다.
엔은 달러에 준하는 기축통화다. 일본의 낮은 금리에도 안전자산으로 평가된다. 경제위기 때마다 수요가 몰렸다. 이번에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엔에 주목하는 것은 '탄광 속 카나리아'처럼 보여서다. 칠흑 같은 탄광 속에서 유해가스의 위험을 알려주는 카나리아는 이상징후, 위기에 대한 경고등이다. 달러가 유독 강한 흐름을 보인 후 위기가 도래한 선례가 있다. 실제 198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중반에 발생한 두번의 달러 강세 국면 후 남미의 국가부채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각각 발생했다.
문제는 상황이 개선될 조짐조차 없다는 것이다. 엔의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내년에는 달러당 160엔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충돌로 중동정세 또한 불안하다. 만약 미국과 이란 간 직접 충돌까지 가게 되면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다.
강달러 지속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다. 수입물가 상승을 촉발,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주고 가계·기업의 부채부담을 가중시킨다. 여기에는 중동 불안 확대로 발생할 수 있는 '오일쇼크' 시나리오는 제외했다. 경제는 '상저하고'는 차치하고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내몰린다. 만약 미국이 더 강하고 빠르게 긴축기조로 전환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상상 불허다. 환율방어용 달러매도로 9월 말 외환보유액 잔액은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화는 글로벌 결제시장에서 파워가 강한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지도 않았다. 중국처럼 정부가 환율을 통제하지도 못한다. 한미 간 금리가 사상 최대 차로 뒤집힌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상 없이 강달러를 무조건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다. 경제 전반을 위기의 늪에 빠트릴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정책조합이 필요하다. 다시 환율의 시간이다. 이번은 좀 다른 것 같다.
mirror@fnnews.com 경제부 부국장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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