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공방전' 방통위 국감…이동관 "책임진다"
증인 없이 시작한 올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국정감사는 '가짜뉴스'에 대한 공방전으로 격화됐다. 가계통신비나 포털에 대한 논란이 한창임에도 여야가 증인 채택 합의에 실패하면서 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나 네이버·카카오 관계자들은 단 한명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가짜뉴스 규제 위헌 소지" VS "책임 물어야"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방통위 국정감사에서는 가짜뉴스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여당 및 방통위와 최근 이들의 움직임이 '언론장악' 시도라고 지적하는 야당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연내 가짜뉴스 근절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포털 내 매크로 사용금지 범위를 특정하거나 포털 대표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입법을 국회와 협업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을 마련한 방통위는 포털 사업자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도 운영 중이다. 지난달에는 가짜뉴스정책대응팀 또한 신설했다. 가짜뉴스로 확인되면 먼저 빠르게 심의한 다음 후속 구제조치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패트스트랙' 도입 방침도 밝힌 상태다.
야당은 방통위의 이러한 가짜뉴스 규제 움직임에 대해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방위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명박 정부 시절 '미네르바 사건'을 언급하며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헌 결정 내용을 보면, 어떤 표현의 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법 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해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법 집행자는 행정기관, 시민기구를 가리키는 것으로 허위 정보조차도 이러한데, 언론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 여부를 방통위나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행정처분하겠다고 나서는 건 헌재 판결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방통위가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행위를 했으면 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맞섰다.
같은 당 허숙정 의원은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이고 방심위는 민간 독립 심의기구인데 (방심위는) 무슨 근거와 권한으로 마치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이행하듯이 가짜뉴스 척결을 강조하느냐"며 "가짜뉴스 척결은 언론에 재갈에 물려 길들이기 위함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는 게 아니라 민간 독립기구로서 정치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하는 가짜뉴스에 대해 해야 될 당연한 직무"라고 맞받았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잘못된 뉴스를 내보내고 슬쩍 바로잡아 면피하는 방식(이 더 큰 문제)"라며 "한번 나간 뉴스는 엎질러진 물이고, 보도 후 내용을 바로잡으려면 수십·수백배의 수고가 들기 때문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낙인 효과가 있다"고 꼬집었다.허 의원에 따르면 KBS의 경우 이런 식의 자체 수정 사례가 지난 4년간270여차례에였다.
이 위원장은 허 의원의 발언에 "좋은 지적이라고생각한다"고 호응했다. 그는 "그런다(수정한다)고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고, 감경은 될 수 있지만 그 책임은 끝까지 묻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홍석준 의원은 "챗GPT 시대에서 매크로랄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디지털 사회의 역기능은 얼마든지 도출될 수 있다"며 "가짜뉴스가 준전시 상황에 도래한다면,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든지 전방에 어떤 사단이 위험하다든지, 북한의 심리전에 우리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 언론도 심의…"외압 의혹"
방통위와 방심위가 인터넷 언론사와 인터넷 언론사가 만든 유튜브 콘텐츠를 심의 대상에 올린 점도 논란이 됐다. 방심위는 앞서 지난달 21일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와 동영상도 정보통신 심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심의 대책 세부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통위가 인터넷 언론을 대상으로 내용을 심의하는 부분은 위헌·위법 행위"라며 "뉴스타파의 허위 보도 논란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로 기소가 됐을 뿐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방통위가 나설 부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심위의 인터넷 언론 기사에 대한 법률검토 의견이 지난달 '심의 불가'에서 '심의 가능'으로 바뀐 점을 파고들었다. 고 의원은 "(지난달) 13일과 20일 방심위의 (인터넷 언론사 기사 심의) 검토 내용은 갑자기 180도 달라졌는데 무슨 근거로 20일(심의 가능) 보고서를 선택했느냐"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이에 대해 "인터넷 언론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심의 대상에 삼아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서 두 번째 의견(20일)을 채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 의원은 이어 "혹시 외압이 있던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방심위에 감사원 감사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면밀히 검토해보고 그런 소지가 있다면 감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만,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는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대해 엇갈린 견해가 있을 때 충분히 적극적인 행정조치로서 (인터넷 언론사 기사 심의가) 가능하다"며 "감사원이 (특정 기관을) 처벌하는 근거 중 하나는 소극적 행정 또한 있고, 그런 의미에서 적극적 행정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심의는 법적인 근거도 없고 기준도, 정의도 돼 있지 않다"며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해제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가짜뉴스 근절 태스크포스는) 연말까지 운영하는 한시적 기구"라며 "연말까지 운영해보고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했다.
한수연 (papyru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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