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공백’ 두고 여야 공방···권영준 대법관 재판 59건 회피도 도마에
여야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로 인한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두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공세를 폈고, 국민의힘은 큰 결격사유가 없는데도 정치적 이유로 이 후보자를 낙마시킨 민주당 책임이라고 맞섰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날 진행된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 후보자) 낙마 책임은 검증단을 가졌다는 법무부와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는 사법부 장기 부실을 초래할지 모르는 후보자를 지명해 사법부 신뢰 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을 막아선 것”이라며 “이걸 비난하면 민주주의 기본을 모르는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송기헌 의원도 “기본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하는 분을 (대통령이) 지명해야 한다. 이 후보자처럼 굉장히 많은 문제가 있는 분이 대법원장으로 거론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권칠승 의원은 ‘대법원장을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에 44%가 찬성한 KBS 여론조사를 들며 대법원장 부재 사태의 원칙적 책임이 정부 여당에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이 후보자 낙마 이유는 비상장주식 재산신고 누락 정도였다”며 “다른 사안과 비교해봤을 때 과연 이게 낙마시킬 정도 사유였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민주당”이라며 “그걸 우회해 법무부 책임, 지명권자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했다.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은 ‘입맛에 맞는 대법원장을 임명하라’는 의사표시를 공개적으로 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유상범 의원은 “민주당은 중대 범죄 혐의를 받고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올인하면서 대법원장을 여전히 정치적 정쟁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사법부 운영 전반에 적지 않은 장애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회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협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공백 상황이 장기화하면 대법관 제청 권한 문제로 인해 대법원 구성에 공백이 생기고 대법원 재판에도 일정 정도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내년 1월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 인선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 처장은 “이런 상황에 처해보니 행정처에선 이론적 근거 등 따져보고 검토해야 할 것들이 많다”며 “부결 이후 공백 상황을 봐야했는데 조만간 대법관회의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권영준 대법관이 취임 후 두달 여간 상고심 사건 다수를 회피한 것도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박용진 의원은 “권 대법관은 대형 로펌에 의견서를 써줬던 일 때문에 지난 두 달 동안 대형로펌 재판 회피를 총 59건 했다”며 “자신의 문제로 대법원 업무에 차질을 주고 있는 권 대법관이야 말로 민폐 대법관으로 불려도 할 말이 없지 않나”고 했다.
권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대형 로펌에 고액 보수를 받고 의견서를 써준 사실이 논란이 되자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어떤 관계를 맺은 로펌이라도 모두 신고하고 회피 신청하겠다”고 했었다. 이를 두고 가뜩이나 적체가 심한 상고심에서 개인적 이유로 다수 사건을 회피할 경우 다른 대법관에게 부담이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 처장은 “대법원이 갖고 있는 사건이 워낙 복잡한 게 많아서 권 대법관이 (회피한 사건 대신) 다른 사건을 맡으면 업무의 균형감은 유지될 것”이라며 “다른 대법관들도 그런 이유에서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여야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한 것을 놓고도 맞붙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법원은) 위증교사 범죄혐의가 소명된다고 했는데 당 대표라는 이유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해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그래서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결정이유를 쓴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전주혜 의원은 “모 피의자는 영장 기각을 받고 기고만장해졌다”며 “사법부가 이재명 대표의 방탄에 손을 들어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검찰의 야당 대표에 대한 일종의 구속 작전이 실패했다는 게 팩트”라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은 “영장 기각 사유가 자세하고 수미일관하며 나름대로 논리가 정확하게 설시돼 있는 건 근래 보기 드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단체가 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부장판사를 고발한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기각 사유에 대한 의원들 질의에 “판사님 판단에 제가 답변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나선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보복판결 심판론’을 두고도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김 후보 캠프는 지난 8일 논평에서 이번 보선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의 공익제보자 ‘보복 판결’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유죄를 확정받은 것을 두고 ‘보복 판결’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민주당은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며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김 후보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감쌌다. 김 후보의 주장이 적절한지를 묻는 질의에 대해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판결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평가는 억제하고 삼가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법원 판결은 투표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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