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위 “출산율 높이려면 남성 육아휴직 늘리고 예산 더 써야”

홍다영 기자 2023. 10.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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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17년간 332조원 투입했지만 한국 출산율은 꼴찌
주거 지원 대신 육아휴직 등 일·육아 병행에 예산 투입해야
최저임금보다 낮은 육아휴직 급여…상한액 인상 검토 필요
“우리가 저출산 원인을 몰라서 정책을 펼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제도도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과감한 정책이 아니라 과감한 지원이 부족한 것입니다. 일·육아 병행 등 실효적인 정책 예산이 필요합니다.”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초저출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남성의 육아휴직 제도 사용을 활성화하고, 정부 예산을 투입해 한 달에 최대 150만원까지 지급하는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제기했다. 정부가 지난 17년간 저출산 극복에 예산 332조원을 투입했지만 올해 2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역대 최저로 떨어지자 새로운 대책을 찾아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예산 대부분이 주거 지원에 쓰이지만 효과가 미비하다고 반성하고, 육아휴직 등 일·육아 병행 지원 정책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저출산 예산 46%가 주거 지원…”일·육아 병행에 예산 투입해야”

한국재정학회는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후원으로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적극적 재원 확대 전략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홍석철 저출산위 상임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철인 한국재정학회장,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이영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연구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이철인 회장은 “막대한 저출산 예산 지출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개선 효과가 없는 것은 기존의 재정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결혼·출산·육아의 기회 비용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면 이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재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석철 상임위원은 지난해 중앙 정부의 저출산 예산 51조원 중 46%(23조4000억원)이 주거 지원에 투입됐지만 효과가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육아 병행 지원 예산을 현재 1조8000억원 수준에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집값이 높아지다 보니 임대주택, 전·월세 지원 등 주거 정책에 예산이 투입됐다”며 “청년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은 시중에서 높은 금리로 대출받았을 때와 정부에서 저리로 대출받았을 때의 금리 차이 정도로 미비하다”고 했다.

그는 “경제학적으로 출산과 양육에는 행복이라는 편익이 있지만 여성의 경력 단절이라는 기회 비용이 발생한다”며 “한국은 특히 짧은 기간 압축적인 산업화를 겪으며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기회 비용이 빠르게 올라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남성 중심 조직 문화는 여전한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필요성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홍 상임위원은 한국의 육아휴직 제도는 기간이 길지만 급여의 소득 대체율과 사용률이 낮아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부터 최장 18개월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등 사용 기간은 높은 편이지만 사용률은 최하위 수준”이라며 “육아휴직 급여의 실질 소득 대체율도 44.6%로 오스트리아(71%), 독일(65%), 일본(60%)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고 했다.

홍 상임위원은 현재의 육아휴직 급여에 대해 “육아휴직을 쓰면 아이를 키우고 생계를 유지할 만큼 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데 (육아휴직 관련 예산은)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오기 때문에 정책적인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육아 병행 지원은 필요와 효과 대비 가장 뒤쳐진 분야”라며 “예산 확보를 위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 낮을수록 남성 사용 유인 약해져…인상 필요”

박윤수 교수는 “공적 돌봄도 중요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기 때문에 일·가정 양립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아동 발달을 고려해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 강화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육아휴직) 사용자 대부분이 여성인 상황에서 성급하게 강화하면 노동 시장에서 여성에 대한 고용을 기피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남성의 육아휴직 제도 사용을 독려해야 한다”고 했다.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80%로 상한 150만원, 하한 70만원으로 금액이 정해져 있다. 박 교수는 “고용보험기금으로 재원을 마련하는데 (육아휴직 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준”이라면서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이 낮을수록 남성의 제도 사용 유인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육아휴직, 단축근로 급여 상한액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기업의 애로 사항은 동료 직원의 업무 부담”이라며 “대체 인력 인건비 지원 위주의 현행 사업주 지원 방식을 대체 인력 미채용시 업무 공백을 처리할 동료 직원을 보상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기업이 현장에서 제도를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고용보험기금 이외의 재원 조달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영숙 센터장은 저출산 사업 수행을 위한 ‘출생회복기금’ ‘양육기금’ 등의 기금을 설치하는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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