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중국·러시아인도 하마스 인질에"…이중국적 추정(종합)

러 대사 "러시아인 1명 사망, 9명 실종"…중국 "부상자 병원서 치료 중"

피투성이로 끌려가는 하마스에 끌려가는 이스라엘 민간인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정성조 특파원 = 지난 주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러시아 국적자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으며, 중국 국적자 가운데도 부상자와 실종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아나톨리 빅토로프 이스라엘 주재 러시아 대사는 10일(현지시간) 자국 국영 TV 방송 '제1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불행하게도 러시아인 1명의 사망이 확인됐다는 정보를 공개하게 돼 유감"이라면서 "사망한 젊은 남성은 러시아와 이스라엘 이중국적자로 현지에 상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빅토로프 대사는 또 하마스의 주말 공격 이후 러시아인 9명의 연락이 끊겼다며 친인척들이 대사관으로 연락을 취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락이 두절된 러시아인들 중 4명은 이스라엘 측 실종자 명단에 올라있다"면서 "그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이스라엘 당국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종된 러시아인들도 러시아·이스라엘 이중국적자로 추정된다.

하마스 측도 러시아인 억류 사실을 확인했다.

하마스 정치국 위원 무사 아부-마르죽은 이날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고위 군인들을 포함해 100명 이상의 이스라엘인들이 포로로 붙잡혀 가자 지구에 억류돼 있다"면서 "포로 가운데는 러시아인을 포함한 이중국적자도 수십명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앞서 하마스 대변인 아부 우바이다도 전날 "이스라엘인 포로 가운데 이중국적자 수십명이 있으며, 그 중에는 러시아인과 중국인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바이다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주택을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민간인 인질 1명씩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러시아는 이번 사태와 관련 가자지구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인을 대피시킬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서 러시아 또는 제3국으로 대피 항공편을 운항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 국적 실종·부상자의 안전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관련 대사관·영사관에 전력을 다해 실종자를 찾고 부상자를 구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유효한 조치를 취해 중국인과 기관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며 "우리는 중국 부상자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다치거나 납치된 중국 공민(국민)에 관한 새 소식이 있는가", "중국 노동자 2명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스데로트에서 사망했다는 보도를 확인해줄 수 있는가" 등 질문에 대해서는 "현지 안전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어 관련 정보는 지속적으로 검증·파악 중"이라고 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그동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개 국가' 구상을 지지해 왔다.

특히 팔레스타인 측은 이번 가자지구 분쟁 사태에서도 러시아가 하마스를 비난한 서방과 달리 중립적 입장을 지킨 것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아부-마르죽 위원은 "(이-팔 문제 논의를 위한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의 입장은 아주 평가할 만한 것이었다"면서 "러시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안보리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을 저지했다"고 평가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8일 비공식 협의(consultations) 회의를 소집해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사태 등을 논의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모두와 맺고 있는 관계를 이용해 가자지구 분쟁 해결 중재 시도에도 나서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0일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모하메드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만나 가자지구 분쟁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모스크바 방문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올해 4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충돌이 격화하자 친강 당시 외교부장이 양측 외교장관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중재에 나서기도 했으나, 전쟁으로까지 확대된 현재는 '휴전' 촉구 입장 외에는 아직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왕원빈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스라엘 대통령, 팔레스타인 지도자와 통화할 계획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중국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충돌의 지속적인 격화를 예의주시하며 각 당사자에 휴전을 촉구했다"며 "중국은 각 당사자와 소통을 유지하면서 중동의 평화·안정을 위해 노력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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