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손실 감추고 수익 조작한 대형증권사 PB 구속기소

일가족의 자금을 관리하면서 투자수익을 내고있는 것처럼 속여 111억원의 손해를 끼친 대형증권사 PB(프라이빗 뱅커)가 구속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건영)는 10일 대형증권사 PB A씨(56)를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사기,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친인척 관계에 있는 피해자 17명의 자산 734억원을 장기간 관리하면서 펀드수익을 내고있는 것처럼 자산 현황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들에게 수익률 10%가 보장되는 비과세 펀드라고 속여 펀드에 가입시킨 뒤, 수익이 난 것처럼 문자메시지와 e메일 등으로 허위 잔고 현황을 알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피해자들 명의의 주식주문표를 위조해 7105회에 걸쳐 주식을 임의로 매매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로 인해 A씨가 증권사에 수수료 37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A씨는 손실을 숨기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거나 출금요청서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이런 방식으로 이체하거나 인출받은 돈은 총 230억원에 달한다. 일부 피해자의 계좌에서 임의로 3억3500만원을 인출해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생활비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피해자들은 총 111억원의 손해를 입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나 지분 변동 내역이 공시돼 A씨의 범행이 탄로났다.

검찰 관계자는 “많은 고객들은 PB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신뢰해 고액의 자산관리를 위탁하고 있으나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으면 자산과 개인정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직접 인터넷 뱅킹에 접속해 잔고와 수익률 현황을 주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