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文정부 전기료 조정 미뤄 한국전력 지난해 33조 적자 발생"

'공공기관 경영관리' 감사 결과
2021년 4개 분기 중 2개 분기서
전기료 조정 요인 있었지만 유보
가스료는 발전 LNG수요 과소전망

감사원 전경. 강동효 기자

[서울경제]

감사원이 10일 전기·가스요금과 관련해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요금 조정을 유보하고 요금 조정 제도가 허술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차기 정부에 부담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최종적으로 요금 인상을 억눌렀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은 이날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이같이 공개했다. 지난해 말 공공기관 25곳과 중앙 부처 5곳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이들 기관에서 2조 원 상당의 예산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감사원은 우선 “지난해 한국전력의 적자가 32조 7000억 원 발생하는 등 주요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돼 국민경제 부담이 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는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요금 조정 유보 의견을 반복 제시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3월까지 조정 유보됐다”고 평가했다. 2021년 전기요금과 원가 변동 요인 간 연계성을 보면 4개 분기 가운데 2개 분기에서 요금 조정 요인이 있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분석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물가 안정, 국민 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해 1분기 전기요금을 모두 동결했고 이후부터 나눠 인상하는 안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정책실장이 참석한 경제현안조율회의에서 ‘요금 인상 부담을 차기 정부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회의 문서를 확인했다”며 “‘요금 원가주의’ 원칙이 유명무실화됐다는 점에서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스요금과 관련해서는 산업부가 수요를 과소 전망해 수급 불안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은 “산업부는 천연가스 수급 계획을 수립하면서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수요를 매년 300만~400만 톤 과소 전망했다”며 “가스공사는 이 같은 잘못된 수요 전망에 대해 수시 현물 구매로 대응해 고가 구매, 수급 불안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은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해 경기도 양주 광석지구 택지 개발과 관련해 주택 수요 부족으로 4300억여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수자원공사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 송수관로 사업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는가 하면 조지아 수력발전 사업의 공사 업체 선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재정 부담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코레일은 비효율적인 승무원 근무시간 관리로 휴무 인력을 과다 활용하는 등 비용 부담을 가중했다고 평가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