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날 기다리던 웅담용 곰, 통 큰 기부로 새 삶 산다

최혜승 기자 2023. 10. 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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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전 웅담 채취용 사육곰 농장에 갇혀 살아온 반달가슴곰 '주영이'/ 연합뉴스

강원도 화천군 소재 사육 곰 농장에서 웅담(곰 쓸개) 판매용으로 길러지던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구조됐다. 이로써 화천군에 남아있던 마지막 농장은 폐쇄되고, 전국 사육 곰 농장 수는 19개에서 18개로 줄었다.

10일 동물보호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두 단체는 최근 화천군의 한 농장에서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던 곰을 구조해 자체 보호시설로 옮겼다. 이번에 구조된 곰은 2013년생 암컷으로 올해 10살이다. 현행법상 10년 이상 된 개체로부터만 웅담을 얻을 수 있어, 사육 곰들은 10살이 되면 대부분 도축된다.

이번 구조는 한 고등학교 교사의 지원으로 가능했다. 그는 북극곰을 돕기 위해 오랫동안 비용을 모아오다, 사육곰의 현실을 알고난 뒤 이 돈을 반달가슴곰 구조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후원금은 5000만원으로 알려졌다. 농장주의 의지도 있었다. 이 곰이 10살이 되면서 웅담을 사고 싶다는 사람도 나타났으나, 곰 소유주는 환경부에서 공영보호시설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 사육 곰을 도축하지 않기로 했고, 단체와의 협의 끝에 곰은 구조됐다. 단체는 새 삶을 맞은 곰에게 후원자의 이름을 딴 ‘주영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앞서 두 단체는 2021년부터 화천군 내 사 육곰 농가들과 협의하여 총 17마리의 사육곰을 구조해 자체 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다. 단체가 운영 중인 보호시설은 기존 농장을 개조한 곳으로, 사육 곰들에게 과일, 채소 등을 제공하고 흙과 바위, 나무, 인공 연못이 조성된 방사장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최인수 카라 활동가는 “아직 전국에는 300마리에 가까운 곰들이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다”며 “지난해 정부와 사육 곰 농가, 동물단체가 모여 사육 곰 산업을 끝내고 남아있는 사육곰을 보호하기로 협약했으며 이에 발맞춰 국회와 환경부에서 관련법과 보호시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1981년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시작한 사육곰 산업을 권장했으나 4년 뒤 곰이 멸종위기종이 되면서 수입·수출이 금지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해 사육곰 농가, 시민사회와 협약을 체결하고 2026년까지 곰 사육을 종식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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