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문·이과 구분 없어진다…내신은 '5등급' 상대평가(종합)

고유선 2023. 10. 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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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 발표…국·수·탐 선택과목 폐지
'심화수학' 도입 추가 검토…내신 1등급은 4%서 '10%'로 확대
송파구 한 고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는 모습 .2023.9.6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 선택과목이 없어지고, 모든 수험생이 공통과목에 응시하게 된다.

수학에서 '미적분Ⅱ+기하'를 심화 선택과목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추가 검토하기로 했지만, 채택되지 않을 경우 진정한 의미의 문·이과 통합이 가능하게 된다.

이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는 고교 내신 평가체계가 기존 9등급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뀐다.

교육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국가교육위원회에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대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수능'과 '내신'을 모두 개편한다고 설명했다.

수능, 선택과목 없이 공통과목…'심화수학' 포함은 추후 논의

우선 수능의 경우 2028학년도부터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직업탐구 영역은 모두 선택과목 없이 공통과목으로 바뀐다.

현재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 체제이고, 사회·과학탐구와 직업탐구 역시 최대 2과목을 선택해 치를 수 있다.

선택과목 체제는 학생들이 진로·적성에 맞는 과목을 골라 공부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9월 모의평가 치르는 학생. 2023.9.6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과목 간 난이도 차이에 따른 유불리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다, 많은 학생이 적성과 관계없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과목을 택하는 '과목 쏠림' 현상이 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교육부는 "통합형 과목체계를 통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른 유불리와 불공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경우 응시자 모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치르도록 해 과목 간 벽을 허물고 융합 학습을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교육부는 첨단분야 인재를 키우는데 수학 심화학습이 필요하다는 학계 주장을 고려해 '미적분Ⅱ+기하'를 절대평가 방식의 선택과목(심화수학)으로 포함하는 안을 열어두고, 국교위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심화수학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모든 학생들이 공통 범위에서 출제된 수능을 치르게 돼 수능에서 오랜 기간 남아있던 문·이과의 경계가 사라지게 된다.

이밖에 수능 영역별 평가방식과 성적 제공방식, EBS 연계율 등은 현행 수능과 똑같다.

교육부는 수능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출제에 참여하는 위원들의 자격 기준을 강화하고, 무작위 추첨으로 출제진을 결정하기로 했다.

출제가 끝난 뒤에는 5년간 수능과 관련된 사교육 영리 행위를 금지할 방침이다.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 [교육부 제공]

1등급 '4%→10%'로…전 과목 5등급 상대평가

수능과 별도로 고교 내신 평가도 변화가 예고됐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시작되는 2025년부터 고교 1·2·3학년 전 과목에 5등급 성취평가(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함께 적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5등급 상대평가 체제가 되는 셈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1년 고교학점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1학년이 주로 배우는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를 하고, 2·3학년이 주로 배우는 선택과목은 5등급 절대평가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학년만 상대평가를 할 경우 고1 학생들 사이에서 내신 경쟁과 사교육이 과열되고, 고2·3은 '내신 부풀리기' 때문에 대입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전 학년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교육부는 상위 4%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현행 내신 평가제도가 학생 수 감소 속에서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고 보고 이 또한 개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교 내신 평가체제는 전 과목 5등급 상대평가로 일원화하고, 1등급은 기존 4%에서 2025학년도부터 10%로 늘린다.

교육부는 고교 내신에서 암기 위주의 오지선다형 평가 대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도록 논·서술형 평가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내신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신뢰를 높이고자 과목별 성취 수준을 표준화하고, 모든 교사가 전문적인 평가역량을 갖추도록 연수 등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계에서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엇갈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내신 부풀리기 등이 해소될 것"이라면서도 "이공계 학생들이 응시하던 미적분, 기하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변별력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내신도 대학으로서는 변별력이 약화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다는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 달리 수능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고 입시경쟁이 치열해 고교 수업이 악영향을 받는다며 "고질적인 경쟁교육 폐단을 극복할 대책부터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차 회의를 열어 2028 대입개편 시안 논의를 시작했다.

국교위는 앞으로 시안의 세부 내용을 점검하고, 학생·학부모·전문가 등 500명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위원회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뒤 교육부에 개편 방향을 권고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11월 20일 예정된 대국민 공청회 등을 거친 뒤 국교위 권고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개편안을 확정한다.

서울 강남대성학원에서 열린 2023학년도 대학 입시설명회. 2022.11.20 [연합뉴스 자료사진]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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