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힘 빠졌다는 신호···다극화 체제로 전환 가속”

정혜진 기자 2023. 10. 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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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이 냉전 이후 미국 중심의 1극 체제를 유지해온 국제질서가 다극화 체제로 재편되는 흐름을 상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서방에 맞서 제3국과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사태에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차별화된 입장을 취하며 '중동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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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전쟁, 분열되는 세계]
■세계 질서 대혼돈
NYT "美, 예전의 지배 강국 아냐"
중러는 중동·제3국 영향력 강화
EU, 팔레스타인 지원 놓고 파열음
[서울경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이 냉전 이후 미국 중심의 1극 체제를 유지해온 국제질서가 다극화 체제로 재편되는 흐름을 상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필두로 각지에서 발생하는 분쟁들 역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드러내는 동시에 가속화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 시간) “세계가 다극화(multipolar)라는 새로운 질서로 전환하고 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예전 같은 지배적 강국이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대체 국가가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대만 위협,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등을 거론하며 “많은 국가들이 공격적인 행동의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믿고 주장할 용기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무력 충돌이 격화한 중동 지역은 미국의 관리가 소홀해진 틈을 타 역내 국가들은 물론 중국 등이 꾸준히 영향력을 키워왔다. 중국은 3월 오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정상화를 중재하는 성과를 거두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계기로 중동과 관계가 멀어졌던 미국은 이에 위기감을 느끼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공들여 추진해왔다. 하마스의 이번 공습에는 최근 급물살을 탄 미국 주도의 평화협정 체결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서방에 맞서 제3국과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사태에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차별화된 입장을 취하며 ‘중동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하마스 사태에 대해 ‘두 국가 방안(兩國方案)’이라는 해법을 제시하며 “중국은 분쟁을 확대하고 지역 안정을 해치는 행동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휴전을 중재하겠다는 의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0일 모하메드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중동 정세에 대해 논의할 것을 예고하며 중재 역할에 가세했다. 이에 이스라엘의 민간인 공격에 반발하고 있는 아랍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측에 가세할 경우 미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단결했던 서방에서도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우크라이나로의 전쟁 자금 지원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유럽연합(EU) 내에서는 이번 하마스 사태를 두고서도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6억 9100만 유로(약 9900억 원) 지원을 재검토한다는 발언이 나온 5시간 만에 성명을 내고 “현재로서 지불 중단이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 중단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스페인·포르투갈·아일랜드 등 회원국들의 반발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한편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선제 공격을 규탄하며 개발 원조를 중단할 의사를 밝혔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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