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경영에 휘청이는 공기업 자회사 GKD…손 놓은 조폐공사[국감 단독]

반기웅 기자 2023. 10. 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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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폐공사의 우즈베키스탄 자회사 GKD사 전경. 한국조폐공사 제공

공기업 한국조폐공사의 우즈베키스탄 자회사 GKD(GLOBAL KOMSCO DAEWOO)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한파로 인한 에너지 공급 중단 등 대외 악재와 경영진의 부실 운영이 맞물리면서다. GKD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당초 목표치보다 90% 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초 조폐공사가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겠다며 대대적인 경영 혁신안을 내놨는데, 정작 이행 실적은 미흡했다. 심각한 경영 위기 국면에서 조폐공사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폐공사의 GKD 경영 안전화를 위한 혁신방안 이행 실적을 분석한 결과, 조폐공사는 당초 혁신안에서 추진키로 했던 월별·분기별 목표 달성 현황 점검을 이행하지 않았다. GKD는 조폐공사가 은행권 용지 원료인 면펄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2010년 우즈베키스탄에 해외 합작법인(지분 조폐공사 65%·포스코인터내셔널 35% 지분) 형태로 설립한 자회사다.

지난 4월 조폐공사는 GKD의 실적이 급락하는 등 경영 위기가 발생하자 ‘GKD 경영 안정화를 위한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경영 위기 원인으로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혹한기 에너지 부족, 대표이사의 의사결정 지연, 리더십 부족 등을 꼽았다.

조폐공사는 혁신방안을 통해 올해 당기순이익 목표를 43만2000달러에서 50만7000달러로 높여 잡았다. 위기 상황에서 되레 목표치를 높여 쇄신 고삐를 조이려는 전략이었다.

수정 목표에 대한 월별·분기별 성과 달성 현황은 보고서를 통해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작성되지 않았고, 이를 통한 점검도 이행되지 않았다. 현재 조폐공사가 예상하는 GKD의 올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2만달러에 그친다. 당초 전망치보다 95.4% 감소한 수치다.

원재료인 린터 물량 확보에도 실패했다. 린터는 목화씨 가공을 통해 얻는 섬유로 고급 용지나 화폐 제작에 사용하는 원재료다. 조폐공사는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린터 6000톤을 안전재고 기준으로 정하고 재고 비축에 나섰지만, 9월 말 기준 린터 재고량은 2287톤에 불과하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린터 수급이 용이했던 지난해 4분기부터 1분기 사이에 재고를 확보했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며 “올해 4분기 시장에 물량이 나오면 비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당사국으로부터 미회수 대금을 받겠다던 계획도 어그러졌다. 현재 GKD는 투르크메니스탄(린턴 미공급)과 파키스탄(린턴 품질불량)으로부터 약 25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상태다.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금 회수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태호 의원은 “조폐공사가 대책은 세웠지만 이행은 하지 않고 있다”며 “실행이 담보되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은 공염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폐공사 측은 “역대급 한파로 인한 에너지 공급 중단 등 예상할 수 없는 외부 변수와 린터 수급 상황 악화가 경영 리스크로 작용했다”며 “공사의 관리가 미진한 부분도 있는 만큼 차후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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