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충돌'에도 금융시장 비교적 차분…"유가 고리로 충격 커질 수도"
국고채 금리도 대체로 하락
코스닥은 800선 붕괴
일단 충격 제한적이지만…
확전 시 "금융시장·실물경제 충격"
연휴 직후 국내 금융시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과 맞물린 국제 정세 혼란 속에서도 일단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 할 가능성을 낮게 보는 한편,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의 발언에 안도하는 기류까지 읽힌다. 다만 충돌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10일 국내 증시는 연휴 중 불거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도 장 초반엔 상승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85포인트(1.16%) 높은 2436.58에, 코스닥지수는 4.83포인트(0.59%) 오른 821.22에 출발했다. 오후 들어선 상승분을 반납한 결과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6.15포인트(0.26%) 소폭 하락한 2402.58에 마감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됐음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코스닥지수는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 전장 대비 21.39포인트(2.62%) 급락한 795.00에 거래를 마쳤다. 약 7개월 만의 800선 붕괴다.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5원 낮은 1348.4원으로 출발한 뒤 오후 들어 1350원선 안팎에서 등락하다가 낙폭을 0.4원으로 축소해 1349.5원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와 마찬가지로 보합권 마감이다. 서울 채권시장에선 1년물과 20년물(각각 0.001%포인트 상승)을 제외하곤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18%포인트 하락한 연 3.997%로 마감하며 이달 들어 처음으로 4%선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무력 충돌 사태가 전쟁으로 번지고 있지만, 시장은 일단 전개 과정을 관망하는 단계로 보인다. 이번 공격과 관련 '이란 배후설'도 나오면서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르지만, 확전·장기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의견도 제기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이란이 하마스 공습을 지원했다는 증거는 없는 상황"이라며 "4차 중동전쟁 당시와 다르게 이집트는 중재 포지션을 취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 국가의 참여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중동 리스크가 5차 중동전쟁이나 오일 쇼크로 확대되기보다는 이란 및 중동주변국 내 갈등 격화 정도로 진행되는 것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전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에는 오히려 금융시장이 안정된 흐름까지 보인 배경으로는 미국 기준금리를 둘러싼 긴장이 완화된 점이 꼽힌다. 최근 연준 위원들이 기준금리 전망을 상향 조정한 여파로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은 가운데 간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앞으로도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인한 금융 여건의 긴축 상황을 인식하고,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평가하는 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오는 11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 기류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확산 일로를 걸을 경우 국제 유가 변동성은 더욱 커져 글로벌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실제로 9일(현지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4.22% 급등한 배럴당 88.15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주요 외신들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이란이 개입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나올 경우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장 애널리스트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란 개입이 사실로 밝혀지면 미국이 이란에 대해 석유 제재를 더욱 엄격하게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는 가격에 또 다른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이란이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흐름을 방해할 경우 가격이 급등하고 시장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행 런던사무소도 보고서에 "시장 참가자들은 주변의 무장세력을 비롯해 미국, 이란 등 잠재 주변국들로 충돌이 확산할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유가 시장을 매개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일각에선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의 시장 상황과 유사한 패턴으로 초기에는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따른 금리 하방압력이 우세하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 충격에 따른 유가 및 가스 가격 상승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금리가 상승 반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당국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에서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주변국의 참전으로 군사적 충돌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금융위·금융감독원이 현재 가동중인 관계기관 합동 시장검검·대응 체계를 기반으로 채권·단기자금시장 및 주식시장의 자금흐름과 금융회사 외화유동성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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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psww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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