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적자터널'… SK하이닉스, 먼저 빠져나온다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2023. 10. 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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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엇갈린 반도체 대장株
HBM·고부가 D램 판매 증가
하이닉스 주가 한달 6% 상승
삼성전자 D램 사업 고전 계속
외국인도 이달 8600억원 팔아
영업이익 추정치 1조원 하향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들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달 새 지지부진한 삼성전자 주가에 비해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혜에다 최근에는 D램 흑자 전환 가능성이라는 호재까지 맞아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한 달간 6.3% 상승한 11만9500원에, 삼성전자는 4.7% 하락한 6만6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5월 이후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향 HBM 수주 효과로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폭을 앞질렀는데 9월부터는 3분기 실적 기대감에 코스피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주일간 증권사가 추정한 SK하이닉스 3분기 D램 사업부 영업이익을 보면 한국투자증권은 14억원, SK증권은 7070억원, 상상인증권은 1439억원을 제시했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 D램 사업부가 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볼 것이란 전망과는 대조적이다. 양사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D램 사업부 영업이익 향방이 갈리면서 전반적인 컨센서스와 주가도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3곳 이상이 내놓은 전망치를 추정한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한 달 전 3조141억원에서 최근 2조1927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 일주일 새 나온 보고서에서는 영업이익 예상치가 1조5000억(SK증권)~1조8000억원(대신증권)까지 내려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한 달 전 추정한 적자가 1조7507억원인데 최근에는 1조6769억원으로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HBM과 인공지능(AI) 서버용 고용량 D램 모듈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면서 평균판매단가(ASP) 상승폭이 더 컸다"며 "삼성전자보다 1a나노미터(㎚) 양산도 먼저 시작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분기 D램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은 삼성전자 38.2%, SK하이닉스 31.9%로 6.3%포인트 차이가 난다. 지난 1분기 18.1%포인트 차에서 크게 줄어들었으며 3분기에는 고부가가치 D램 비율이 높은 SK하이닉스가 D램 업황 반등의 기회를 더 많이 누릴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초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한다는 소식에 깜짝 상승하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수율 문제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며 주가 모멘텀이 약화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 실적 개선이 가속화되지만 3분기는 컨센서스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9월부터 D램 현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으나 가격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효과는 4분기부터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D램 영업손실은 1800억~2000억원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 영업손실은 2조2500억원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격 방어에 집중하는 수익성 우선 전략 탓에 출하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적자가 지속되는 한 원인이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부문에서는 D램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지만 감산으로 인한 단위당 고정원가가 늘어났기 때문에 매출이 증가하는 것만큼 영업이익이 늘지 않을 것"이라며 "비모메리 업황 역시 회복이 미뤄지면서 파운드리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8월부터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 규모를 확대해왔다.

외국인들도 두 반도체 대장주에 대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337억원 순매수했지만 삼성전자는 8633억원 순매도했다. 지난달 삼성전자를 8691억원어치 사들인 외국인이 불과 4거래일 만에 지난 한 달간 순매수한 금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순매도한 것이다.

다만 3분기 출하량을 줄인 삼성전자의 가격 방어 정책이 4분기에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면서 주가가 반등 모멘텀을 확보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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