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넷제로와 한국의 도약(5) 토지황폐화 중립
지구에서 탄소를 내포하고 있는 탄소흡수대는 크게 대기와 초목, 토양으로 구분되고, 이 중 토양이 탄소를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다. 대기에 ~830기가탄소톤(GtC), 초목에 450~680GtC, 그리고 토양(의 1m 깊이)에 1500~2000GtC가 내포돼 있다. 지구의 대기와 초목을 포함해 전 생명체를 합친 것보다 토양이 훨씬 많은 탄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지구 토양 상층부 단 1m에서의 탄소량이 1%만 증가해도 인류가 1년간 화석연료를 태워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총량보다 많다. 따라서 토양이 황폐화되면 탄소가 (이산화질소와 함께) 대기로 방출되고, 이것이 곧 온실가스 증대와 기후변화의 핵심 원인이 된다.
지구에서 얼음으로 덮이지 않은 면적 중 이미 70%가 인간에 의해 변형됐다. 전체 지구 토지의 40%가 이미 황폐화됐고, 매년 20억㏊의 토양이 추가적으로 황폐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결국 역사에 없던 가뭄이나 홍수 등이 유발되면서 지구 환경이 더욱 급변하게 된다. 인간이 살지 못하는 땅이 늘어나는 것이다. 나아가 과거 얼음으로 덮였던 곳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온도 상승으로 인해 시베리아 영구동토 속 메탄가스가 대규모 분출되면서 온실가스가 증대한다.
토지황폐화중립(LDN·Land Degradation Neutrality)은 지구의 사막화와 산림·토지 황폐화를 해결하기 위해 망가진 산림과 토지에 나무를 심거나 이를 복원해 추가적인 토지황폐화를 막아 전체적으로 토지황폐화 순증가율을 '제로'로 만들자는 개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LDN과 탄소중립(CN)과의 연관성을 잘 모른 채 기후위기 핵심 원인으로 토지황폐화를 제외하고 산업활동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만을 생각한다.
토지황폐화를 막고 잘 관리하면 토지 자체만으로 화석연료나 산업활동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1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런데 토지가 황폐화되면, 산업활동으로 배출된 탄소 흡수는커녕 훨씬 더 많은 탄소가 대기로 노출돼 기후위기 대응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넷제로 실현에 LDN이 필수적 실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CN이라는 구호 아래 산업활동으로 인한 대기오염(탄소 배출) 방지 중심에 치우쳤던 인간의 노력에 LDN 노력이 반드시 보강돼야 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CN보다 LDN이 더욱 강조돼야 할 수도 있다.
국가 경영에 관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토지황폐화 문제를 중시한다. 하지만 '식량 생산'이나 '물 공급'과는 많이 연관시켜 고민하지만, '탄소 제거'나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의 고민은 적은 것 같다. 기후위기는 결과이고 그러한 위기의 주된 원인에 땅의 황폐화가 있기 때문에 CN 문제의 본격적인 해결은 결국 LDN 문제 해결로 귀결된다. 물론 의무탄소시장(CCM)의 기본적 실행에 자발적 탄소시장(VCM) 활성화가 추가되는 것은 기본이다. CN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과 노력이 향후 LDN으로 옮겨가고, LDN의 성공적 실현 여부가 넷제로 성공을 결정할 것이다.
[박원우 서울대 경영대 교수·GEC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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