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그린 이모티콘 하나, 연금 안 부럽죠"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3. 10. 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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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무 7년차 이모티콘 작가
만화가 꿈꾸던 디자이너
'억대 연봉' 방구석 화가로
카톡서 80종 1600개 출시
데뷔작 '목이 길어 슬픈 짐승'
첫 달 16만건 팔리며 대박

"저도 그림은 못 그려요. 그 대신 아이디어로 승부를 봅니다. 3단 합체 이모티콘, 오페라 가수식 대화 이모티콘, 직장인에겐 악몽과 같은 월요일에서 착안한 월요티콘은 참신했죠?"

김나무 이모티콘 작가(34)는 경쟁자의 진입이 무제한 허용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신만의 무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2017년 카카오가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만든 뒤 누구나 자신의 캐릭터를 제안해 이모티콘으로 출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김 작가는 스튜디오 시작과 함께 데뷔해 7년 차를 맞은 베테랑 작가다. 카카오톡에서 판매되고 있는 김 작가의 이모티콘은 약 80종으로 1600개에 달한다. 중국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방구석 화가' 김 작가의 하루 루틴은 단순하다. 서울 마포구 자택 침실에서 일어나 작업 공간인 방으로 이동하면 출근은 가볍게 끝난다. 김 작가는 모니터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 책상에서 자정까지 이모티콘을 그린다. 김 작가는 "수익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힘들지만 억대 연봉을 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작가는 데뷔작부터 '대박'을 터트렸다.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은 첫 달에만 16만건이 팔렸다. 당시 출시된 카카오프렌즈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마저 눌렀다. 이 이모티콘은 3개를 채팅방에 연속으로 보내야만 하나의 동물이 완성되는 독특한 작품이다. 출시됐을 당시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들이 올라와 홍보 효과가 컸다. 김 작가는 "연금도 안 부러울 정도로 고정적 수입을 보장해주는 효자 이모티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가장 많이 팔린 이모티콘은 2019년 출시된 '댜갸 탸댱해' 시리즈다. 커플 이모티콘이 유행하던 시기 자신도 만들어볼까 하던 참에 '자기야'를 활용한 이모티콘이 나와버렸다. 그는 '자기야 사랑해'를 혀 짧은 발음으로 바꾼 '댜갸 탸댱해'를 떠올렸다. '댜갸 탸댱해' 시리즈는 17탄까지 나온 이모티콘계 스테디셀러다.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이모티콘은 '애기' 시리즈로 커플 이모티콘인데 10탄까지 출시됐다.

김 작가는 처음엔 일본 만화 '헌터×헌터' '기생수' 등을 좋아해 만화가를 꿈꿨던 소녀였다. 경기예술고 만화창작과 졸업 후 교토조형예술대 정보디자인과를 거치면서 꿈과는 멀어져 화장품 회사 디자이너로 취직했다. 하지만 답답한 분위기를 못 견뎌 웹툰 작가를 꿈꾸며 퇴사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후 친구의 권유로 이모티콘 제작을 시작하면서 제2의 인생을 여는 데 성공했다.

김 작가는 이모티콘 작가에 도전할 때 놓쳐선 안 될 부분이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작은 사각형 안에서 잘 읽힐 텍스트 양과 글자 크기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유행어를 십분 활용하고 자기만의 캐릭터를 확보하는 일도 잊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1대1, 그룹, 연인, 친구, 직장 동료 등 타깃층을 잘 조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효석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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