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인데 고속道 하루 1100만대 질주 … 전력사용량 4% 뛰어

김정환 기자(flame@mk.co.kr) 2023. 10. 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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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최신 속보데이터 분석
백화점 카드매출 하루 960억
전월대비 29% 급증 올해최고
면세점매출은 최대 70% 뛰어
생산·업황지표도 변곡점 시사
올해 '상저하고' 전망 힘실려
"고금리·가계부채는 살펴봐야"
최근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올해 내내 경기 발목을 잡았던 소비도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이 쇼핑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충우 기자

소비 회복은 정부가 올해 경기 전망으로 밝혔던 '상저하고'를 뒷받침하는 산업활동의 마지막 퍼즐이다. 올해 내내 경기 발목을 잡았던 소비가 지난달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미 회복 상태인 수출, 생산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매일경제가 소비 흐름을 가장 빨리 포착하는 여신금융협회 신용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카드사 매출은 전월 대비 4.2% 증가해 처음으로 일평균 3조원을 돌파했다. 소비와 생산·수출, 업황·심리 부문을 비롯한 다른 속보지표를 분석해봐도 9월을 기점으로 경기 변곡점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고가 제품 소비처인 백화점 매출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백화점 카드 매출액은 일평균 964억원으로 전월 대비 28.5% 급증해 올해 최고치다. 중국 단체관광 재개 효과에 신세계·롯데를 비롯한 서울 시내 주요 면세점 매출도 전월 대비 23~68% 뛰었다.

고유가 상황임에도 물류지표 역시 개선됐다. 국민의 외부 활동을 반영하는 고속도로 통행량이 지난달 하루 평균 1100만대로 전월 대비 4.8% 늘어 올 들어 가장 많았고, 모바일 통신사(SK텔레콤 기준)를 통해 본 국민 이동량도 1.7% 증가했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8월 통계까지만 해도 소비 표정은 어두웠다. 정부는 3분기부터 제조업과 순수출에서 시작해 경기 회복 온기가 퍼질 것으로 보면서도 소비 위축 때문에 우려하던 상태였다. 실제로 8월 소매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0.3% 줄며 두 달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고금리 환경이 계속되며 가계 소비가 위축됐고 승용차를 비롯한 내구재와 의류 같은 준내구재 소비가 모두 줄어든 여파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9월 카드 매출 실적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며 "서비스 소비 증가세와 함께 완만한 소비 개선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이나 수출을 비롯한 다른 부문은 이미 회복 변곡점을 찍었다. 생산 경기를 반영하는 일 최대 전력 사용량 증가율은 올해 내내 전년 대비 마이너스 상태를 보이다 8월 0.1%로 올라서더니 9월에는 3.9%로 더 높아졌다. 8월 제조업 가동률(73.4%)이 한 달 새 3.4%포인트 늘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8월 전 산업 생산은 고성능 제품(DDR5 D램)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효과로 2.2% 증가해 30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 제품(DDR4 8Gb)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과 같은 1.3달러로 5개월 연속 이어진 하락세가 일단락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도 넉 달째 흑자가 이어지면서 교역 부문에서 긍정의 신호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26억달러)은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치로 올라섰다.

갓 궤도에 오른 경기 회복의 최대 변수는 고유가와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여부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소비량은 5.7배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1위다. 신흥국인 중국(3.49배럴)보다도 두 배가량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 정유업 생산비가 23.5% 치솟을 것으로 추산됐다. 철강(5.3%), 화학(4.8%) 같은 국내 주력 업종도 높은 비용 상승 압력에 직면한다.

급증하는 가계부채 부담 또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고유가에 물가 압박이 높아진 상태에서 미국발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 가계 실질소득이 줄며 애써 회복된 소비가 재차 위축될 공산이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적기 대응하면서 내수와 수출 등 성장 동력을 보강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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