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1등급 4%→10%…수능 중요성 커져 특목고 쏠림 늘어날듯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10. 10.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입제도 어떻게 달라질까
수능서 국·수·탐구영역
선택 없애고 '공통과목' 전환
수능최저 강화·면접도 심화
대학별고사 부활 가능성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올해 중학교 2학년인 학생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이 사라지고 수험생 모두 공통과목을 응시하게 된다. 이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는 내신평가 체계가 기존 9등급 상대평가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뀐다. 교육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과 내신 개편안을 담은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국가교육위원회에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교육업계는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내신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수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특목고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내신과 수능 모두 변별력이 떨어져 논술, 면접 등 대학별 고사가 부활해 사교육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부의 대입 개편 시안에 따르면 수능은 2028학년도부터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직업탐구 영역 모두 선택과목이 사라지고 공통과목으로 바뀐다. 현재 국어와 수학은 공통과목과 2~3개의 선택과목 중 한 과목을 응시한다. 사회·과학탐구와 직업탐구 역시 5~9과목 중 최대 2과목을 선택해 응시한다. 하지만 과목 간 난이도 차이에 따른 유불리 논란이 계속되는 데다 많은 학생이 적성과 상관없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을 택하는 '과목 쏠림' 현상이 심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부는 "통합형 과목 체계를 통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른 유불리와 불공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2학년도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 영역이 '공통+선택과목' 체제로 바뀐 지 6년 만에 다시 공통과목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교육부는 또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경우 응시자 모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응시하도록 해 과목 간 벽을 허물고 융합 학습을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교육부는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을 절대평가 방식의 선택과목으로 신설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2028 대입 개편 시안에 대해 국가교육위 논의와 11월 20일 예정된 대국민 공청회 등을 거친 뒤 올해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수능 영역별 평가방식, 성적 제공방식, EBS 연계율 등은 현행과 같다.

고교 내신평가도 대폭 손봤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시작되는 2025년부터 고교 1~3학년 전 과목에 5등급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함께 적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5등급 상대평가 체제가 되는 것이다. 앞서 2021년 문재인 정부는 고교학점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1학년이 주로 배우는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를 하고, 2·3학년이 주로 배우는 심화 선택과목은 5등급 절대평가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학년 학생 사이에서 내신 경쟁과 사교육이 과열되고 2·3학년 학생은 '내신 부풀리기'로 대입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부는 상위 4%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현행 내신평가가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고 보고 전 과목 5등급 상대평가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등급은 기존 4%에서 2025학년도부터 10%로 늘어난다. 내신에서 오지선다형 대신 논술·서술형 평가도 확대하기로 했다.

대입 개편 시안을 두고 교육계 평가는 엇갈린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능에서 똑같이 만점을 받아도 어떤 학생은 표준점수로 100점, 어떤 학생은 120점인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주요 대학은 1점,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니 수능에서 선택과목을 없애 유불리를 해소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소장은 "내신 9등급 상대평가에 비해 변별력이 약화된다"며 "2등급을 못 받으면 치명적으로 대학에서는 (수시·정시) 비율을 조정하거나 대학별 고사를 더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특목고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소장은 "기존에 내신 점수를 따기가 힘들었던 외고 등 특목고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면서 "내신이 떨어지더라도 크게 불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좋은' 고등학교에 가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내신 변별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수능 중요도가 높아지고 고교를 선택할 때 특목고 선호가 심화될 것"이라면서 "문과가 의대에 갈 수 있는 길도 열려 대원외고에 의대 준비반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수시 전형에서 상위권 대학이 현재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지문제시형 심층 면접에 대비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조상훈 숭실대 입학처장은 "의대나 최상위권 대학은 심화수학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신 5등급 상대평가가 적용되면 변별력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최상위권 대학 위주로 면접, 논술 등 다른 평가 요소가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춘 대전이문고 교장은 "내신과 수능 모두 변별력이 떨어져 상위 대학은 심화수학 성적 반영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면접이나 논술 전형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권한울 기자 / 이용익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