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맞서 출혈경쟁 철강·석유화학 캄캄
◆ 실물경기 진단 ◆
반도체 등 주요 업종 수출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방산업 경기가 여전히 싸늘한 업종에서는 수출 개선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생산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철강 산업과 중국의 생산 자립 추구 여파에 마진율이 떨어진 석유화학 산업이 대표적이다.
철강 업계에서는 올 4분기에도 여전히 수출 전선에 냉기가 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에 따르면 철강·비철금속제품 EBSI는 79.9로 지난 분기보다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EBSI 수치는 100을 기준으로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면 상승하지만 악화될 가능성이 크면 내려간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 3분기에는 주요 시장인 일본의 설비 축소 영향을 받은 대신 미국의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가 국내 철강시장 수요를 견인했지만 중국의 감산 기조 효과가 가시적이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1~8월 조강생산량은 약 7억t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다. 이에 중국은 철강재 수출을 전년 동기 대비 28.4% 늘렸으며, 이 여파로 동남아시아 시장 등을 두고 국내 기업과 중국 기업 간 출혈경쟁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높아지는 제조원가도 국내 철강 업계에 악재다.
석유화학 업계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황이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올 9월 석유화학 수출액은 38억1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 줄었다. 7월(-24%), 8월(-12.1%)보다는 감소폭이 크게 줄었지만 아직 수익성 개선은 멀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유가가 올랐기 때문에 수출액 감소세가 줄었지만 투입 원료 대비 산출물 가격의 차이가 적어 공장을 돌려봐야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LG화학은 2021년 91.9%, 지난해 81.4%의 공장 가동률을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76%까지 떨어졌다.
[송민근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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