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주목한 한국의 기울어진 노동시장 [사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의 노동시장 경직성에 대해 뼈아픈 지적을 했다. 골딘 교수는 수상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20세기 후반 한국만큼 빠른 경제 변화를 겪은 나라도 드물고, 각 세대는 기술 변화 등 다양한 변화에 익숙해져 있다"면서도 "이에 반해 한국의 노동시장과 기업문화는 이런 세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여성의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이 한국에서 저출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골딘 교수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분기) 0.86명인 것을 잘 안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다. 노동경제학자인 골딘 교수는 출산·육아 과정에서 발생하는 남녀 임금 격차 구조를 분석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여성으론 처음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단독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런 골딘 교수의 한국 사례 언급은 저출산 세계 1위를 기록 중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실제로 한국은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올해까지 11년 연속으로 OECD 조사대상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남녀 임금 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및 고위직 비율, 육아 비용·휴직 현황 등 세부 지표를 종합해 매년 발표된다. 특히 한국의 정규직 남녀 임금 격차(2021년 기준)는 31.1%를 기록해 무려 27년째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이 이 같은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면 여성의 노동가치가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경력단절 지원이나 실질적 육아휴직 확대는 물론이고, 비정규직 여성들도 정당하게 업무 역량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성과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를 서둘러 정착시켜야 한다. 기업들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저출산 해소에 관심이 많은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세 번째 아이를 낳는 직원은 무조건 한 직급 승진시켜주는 파격적인 인사 혜택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기울어진 노동시장을 바로잡는 것은 골딘 교수가 지적한 대로 최악의 저출산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름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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