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무너진 아이언돔
지난 5월 이스라엘 국방부는 상공으로 날아든 수십 개의 불빛을 미사일이 지그재그로 쫓아가 폭파시키는 장면을 공개했다. 불꽃놀이를 연상케 하는 이 장면은 이스라엘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이 팔레스타인 로켓들을 동시에 요격하는 모습이었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모두 270여 발의 로켓이 발사됐지만 아이언돔에 의해 대부분 요격됐다"며 그 위력을 자랑했다.
아이언돔은 사거리 4~70㎞(요격 고도는 10㎞)로 박격포탄과 단거리 로켓 등을 요격하는 방어체계다. 2000년대 들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잦은 로켓 공격에 이스라엘과 미국이 2억달러를 투입해 공동 개발했다. 2011년 실전 배치됐는데 이스라엘은 요격률이 90% 수준이라고 주장해왔다.
'무적의 병기'로 불리던 아이언돔이 지난 7일(현지시간) 속절없이 뚫렸다. 하마스가 기습적으로 2500여 발의 로켓을 퍼붓자 천하의 아이언돔도 당할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언돔 미사일은 한 발에 5000만원이 넘지만 하마스 로켓 '깟삼'은 약 80만원. 값싼 재래식 무기의 '소나기 공격'에 비싼 첨단 요격미사일이 무너진 것이다.
아이언돔의 실패는 북한의 공격에 노출돼 있는 우리에게도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북한의 전력은 팔레스타인 하마스보다 우위인 데다 휴전선 인근에 보유한 장사정포가 1000문이 넘고, 시간당 1만발이 넘는 포탄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군은 2020년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돔' 독자 개발을 공식화했다. 약 3조원의 예산을 들여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이언돔을 무력화시킨 하마스 사례는 첨단 무기체계라도 맹신해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마스가 수천 발의 로켓을 쏘는 동시에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해 침투하는 전략을 감행하자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정보전 실패도 허를 찔리게 된 원인이다. 안보당국은 이번 중동전을 계기로 북한의 도발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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