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줄도산…분양보증 사고 10년래 최다
계약자 입주지연·부실공사 피해
HUG도 계약금 환급 부담 커져
신일·대우산업개발 회생절차
공사현장 시공사 교체 불가피
건설경기 침체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가 늘며 분양 보증사고 건수가 10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 등으로 주택사업 수익성이 악화돼 향후 사고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건설사 부도로 건설현장이 멈추며 수분양자들이 입주 지연 피해 등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발생한 분양보증 사고는 총 9건, 사고액은 48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 새 최다 건수다. 통계 집계가 8월까지인 만큼 사고 건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분양보증은 주택을 분양받은 소비자가 시행사나 건설사 부도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서주는 일종의 보험을 뜻한다. 현행 주택법상 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 이상인 주택사업은 분양보증 가입이 의무화돼 있다. 만약 시행사가 부도가 나거나 시공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 공사가 3개월 넘게 지연되면 보증 사고 요건을 갖추게 된다.
분양 계약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환급을 희망하면 HUG는 분양대금을 환급한 뒤 사업장 매각 등을 통해 환급금을 회수한다. 만일 계약자들이 공사 진행을 원하면 HUG가 시행자로서 시공사 변경 등을 통해 분양을 이행한다.
분양보증 사고는 지난 2년간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건수가 급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공사 등이 사업을 지속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 주택사업에 여러 시행사와 시공사가 뛰어들었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급변하며 시공사 교체가 필요한 사업장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일어난 분양보증 사고 상당수는 시공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발생했다. 시공능력평가 113위인 신일이 지난 5월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시공을 맡은 덕소6A 정비사업장, 금촌역 신일해피트리 지역주택조합 사업장, 울산 온양 신일해피트리 사업장 등 3곳에서 분양보증 사고가 발생했다. 시공능력평가 75위인 대우산업개발도 지난달 회생절차를 밟기 시작하며 평택 현덕 지역주택조합 사업장, 부천 역곡 연립3차 가로주택정비 사업장, 충남 부창 주택재개발 사업장 등 3곳이 보증 사고로 처리됐다.
시공사 부도로 보증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서는 입주가 지연되는 등 계약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신일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의 한 입주 예정자는 "공사가 멈춘 뒤 공사현장이 오랜 기간 방치돼 있어 부실공사 우려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보증 사고는 HUG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 특히 계약자들이 환급을 요청하면 HUG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한 뒤 사업장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가 급증하며 올해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분양보증 사고마저 증가하면서 재정 부담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최근 사업성 악화로 분양에 나서는 사업장 자체가 줄어드는 만큼 사고 건수 증가는 일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HUG의 분양보증 건수는 657건, 보증금액은 64조3050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8월까지는 215건(보증 규모 23조3377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분양보증 발급 속도가 현 수준으로 유지되면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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