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삶 속 짠한 모습들···웃음 뒤에 남는 진한 연민

◆ 서울시극단 연극 '굿닥터'
대문호 체호프 단편 8편 각색
김승철 연출 "인간애 표현 중점"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극단 연극 '굿닥터'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시연 중이다.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서울경제]

“'굿닥터'는 가벼운 코미디 정도로 인식되고는 하지만, 그렇게 감각적으로 웃고 넘길 작품이 아닌 진지한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관객 분들께서 등장인물들에게 연민, 사랑, 격려, 인간애를 느끼시길 바랍니다.” (김승철 연출)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단편들을 브로드웨이의 전설 닐 사이먼이 각색한 연극 ‘굿닥터’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김승철 연출은 “연극하는 사람은 누구나 알 정도로 알려진 작품”이라며 “체호프 원작에 담긴 인간애가 깊게 밴 여운이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시극단이 무대에 올리는 연극 '굿닥터'의 프레스콜 장면.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1973년 초연된 연극은 오랜 시간을 거치며 많은 연극인들과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왔다. 1900년대 러시아를 배경으로 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김 연출은 “코미디냐 휴머니티냐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휴머니티에 무게 중심이 있는 작품”이라며 “작품이 갖고 있는 인간애에 집중했고, 관객 여러분들도 애정을 느끼고, 등장인물들을 끌어 안아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품은 인간의 본질과 매력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8개 에피소드 중 ‘재채기’ ‘가정교사’ ‘치과의사’의 3개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었다. 김 연출은 “'재채기'는 여리고 유악한 인물이 어떤 현상에 집착하며 벌어지는 사연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보 같은 주인공이지만 조금만 각도를 달리해 바라보면 인물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가정교사’는 속고 속이는 사회상과 그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인간애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과외비를 끝없이 깎으려는 주인과 그것마저도 감사히 받아들이는 과외교사의 모습에서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회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다. 김 연출은 “끝도 없이 착한 바보같은 사람들이 이 사회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분들 덕에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인간애를 잃지 않고 살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치과의사’에 대해 “‘치과의사’는 남의 고통을 얼마나 웃고 즐길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로, 인간의 본질을 비틀어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각 단편을 이어주는 것은 체호프로 추정되는 ‘작가’ 배역으로, 창작의 고뇌와 함께 닐 사이먼의 체호프에 대한 애정도 보여준다. 공연은 다음달 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