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기관 법카 897번 긁은 공무원…1박 260만원 쓴 가스公 사장
난방公 감독 역할 산업부 직원
"내 자식 도시락 싸라" 갑질도
채희봉 前가스공 사장도 논란
런던 출장때 스위트룸 잡아
농어촌公, 필요성 안 따지고
전직원에 노트북 5690대 뿌려
전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으로 출장을 가서 사흘간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투숙하며 1박당 260만원을 썼다. 당시 가스공사 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내며 탈원전 정책을 주도했던 채희봉 씨다.
채 전 사장이 쓴 호텔비는 가스공사 사장에 준하는 차관급 공무원의 1박 숙박비 상한액 48만원보다 212만원 많은 액수다. 가스공사는 2019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사장·임원 등 간부 출장비용이 상한액을 7623만원이나 초과했다.
10일 감사원 발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경영 행태다. 경영상 의사 결정 과정부터 직원 개개인의 행실에 이르기까지 모럴 해저드가 만연한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대대적 구조조정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적발된 한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감독을 맡고 있는 동안 공사 명의 법인카드를 897회에 걸쳐 3827만원이나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식사를 한 뒤 파견 직원을 해당 장소로 불러 대신 결제하게 한 일도 있었다.
또 공사에서 파견 온 직원에게 자녀 도시락 준비, 출퇴근 픽업, 음식물 배달, 차량 대여, 술자리 참석을 시키는 등 '갑질'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해당 공무원은 자신의 차량을 배우자가 사용한다는 이유로 파견 직원에게 개인 차량을 대여해줄 것을 요구하고 본인 가족이 먹을 간식을 사서 자택으로 가져오도록 했다. 자녀의 봄·가을 소풍 때 2회에 걸쳐 도시락을 준비해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 경마장에 출입한 사례도 4개 기관에서 8명이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1명, 한국전력공사 1명, 한국수력원자력 1명, 한국철도공사 5명 등이다. 이 중 LH 직원은 지난해 총 9일에 걸쳐 근무시간 중 부산광역시에 있는 한 경마장을 드나들며 총 1089회, 377만원어치의 마권을 구매했다.
태양광발전 사업 경영, 다단계판매 사업 운영, 배달·대리운전 등 부당 겸직 행위를 한 인원도 총 65명으로, 이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24억3000만원에 달했다. 한국전력 직원 4명은 2019년 5월 한 태양광발전사업법인 지분을 100% 인수해 운영하며 지난해 10월까지 법인 매출액 8억1000만원을 올렸다. 한 수자원공사 직원은 다단계판매 업체에 가입해 1억8734만원의 수입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속한 공공기관 역시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돈잔치'를 벌였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노트북PC 지급의 필요성을 검토해보지도 않은 채 지난해 8월 3급 이하 직원에게 노트북PC 5690대를 일괄 구매해 지급했다. 여기에 쓰인 기관 예산은 76억6000만원이었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3급 이상 직원에게 이미 연봉에 성과급을 포함해 지급하고 있었음에도 2년간 3억5000만원 규모의 추가 성과급을 중복 지급했다.
감사원은 해당 비위 사실이 적발된 공기업들에 관련자에 대한 징계·문책을 권고했으며, 방만경영을 유발하는 제도를 개선하도록 통보하고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또 소속 직원들의 부당 영리 행위, 근무지 무단 이탈 등에 대해 해당 기관이 조치하도록 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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