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죄려 금리 올렸더니…예대금리차 '꿈틀'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3. 10. 10. 17: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압박 받아온 주담대
가계빚 증가에 금리 인상 용인
8월 1.45%P로 격차 다시 커져
예·적금 금리 상승은 더뎌
당분간 예대금리차 확대될 듯

지난 2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했던 예대금리차가 8월 6개월 만에 상승했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며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폭이 예·적금금리 상승폭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예대금리차는 당분간 확대될 전망이다.

1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월 예금은행 예대금리차는 1.45%포인트로 전달(1.43%포인트) 대비 확대됐다. 지난달 27일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올라온 5대 주요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대출 10년 만기 이상, 신규 취급 기준) 추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예대금리차가 확대됐고, KB국민은행은 같았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8월 대비 하락했다.

금융권이 전반적으로 고금리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그동안 정부 당국의 '서민 대출금리 부담 인하' 기조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며 대출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 전체적으론 예대금리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값이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에 비해 가파르게 오르면 숫자가 커진다.

고금리 기조는 이미 작년부터 시작됐지만,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서민들의 '기댈 곳'으로 여겨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했다. 올해 들어 5대 시중은행의 월별 10년 이상 만기 주담대 금리를 살펴보면 1월 대비 9월에는 최소 0.63%포인트에서 최대 1.09%포인트까지 금리가 내려갔다. 고금리 기조에서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가계대출이 계속해서 급증한다는 통계가 나왔고 핵심이 주담대라는 지적이 일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일단 각 은행은 주담대에 연령 제한 등 '허들'을 걸어 사실상 대출 자제를 요구하고 있고,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상향 여부 등 요인에 따라 그간 묶여 있던 주담대 등의 금리를 올릴 분위기다.

고금리 상황에서는 예금금리도 올라가는 것이 맞지만, 그동안 억눌렸던 대출금리가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대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예금금리는 대출금리에 비해 '후행'하는 경향이 강해 좀 더 늦게 반영되는데, 그간 인위적으로 눌러놨던 주담대 등 대출금리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하면 이 같은 현상이 더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말에 만기가 몰리는 예·적금을 유치하기 위해 예금은행들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작년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터졌을 때처럼 수신 경쟁이 활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데 가계대출을 줄이는 근본적 방법은 결국 금리를 순리대로 인상하는 것"이라면서 "그간 시장의 흐름과 관계없이 억눌러왔던 주담대 등 대출금리를 정상화시키면 자연스럽게 대출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고, 예·적금금리는 일반적 수준으로 오를 것이기 때문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추가 개입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은 변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고물가와 이자 부담 증가는 국민들의 실질소득 감소 효과를 가져오고 경기 회복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