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의 드라마, ‘나는 솔로’를 즐기는 법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사랑이란 감정은 사람의 밑바닥을 들추게 만든다. 특히 이성(異性)의 마음 하나를 두고 여러 명이 겨루어 쟁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여기에 얽히고설킨 관계가 만들어 내는 웅성거림까지 더해진다면 사랑을 명목으로 추진력을 얻은 질투심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여 그간 잘 닦아온 인격을 와르르 무너뜨리고 마는 것이다.
여러 논란과 화제를 낳은 ENA, SBS Plus ‘나는 SOLO’(이하 ‘나는 솔로’) 16기가 최종 선택을 하며 3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돌싱’(돌아온 싱글)인 이들이 새로운 짝을 찾아 솔로 나라에서 탈출하기 위해 벌인 여정이 어찌나 파란만장했는지, 대중의 희로애락을 골고루 자극하며 매회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물론 희로애락 중 ‘노’가 차지하는 지분이 월등히 크긴 하다만, ‘노’만큼 몰입감을 자아내는 동력이 또 없으니까.
과도한 오지랖 혹은 정치력으로 잘 될 조짐이 있는 커플 사이에 오해의 틈을 만들며, 특정한 마음 하나를 가지려 보이지 않는 아귀다툼을 벌이다 결국 상한 감정을 밖으로 툭 내뱉는다. 와중 어떤 이는 누군가의 애정을 받은 자가 갖기 마련인 기고만장한 태도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는데, 이러한 장면들은 사랑을 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감정의 소용돌이로 카메라를 가뿐히 뛰어넘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게다.
게다가 제3자의 위치에서 각각의 성향에 따라 거침없는 감상을 나누는 세 명의 중계자 또한 존재한다. 다른 사람의 연애 감정 이야기, 그러니까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감정에 이성(理性)이 휘둘리며 벌어지는 온갖 ‘뻘짓’과 추태에 관한 수다는 언제 누구와 떨어도 재미있기 마련인데, 이 중계자들 솔직한 데다가 화법도 시원시원하니 티키타카 하기에 딱 좋은 대상이다.
그리고 대중은 카메라 너머에 있다. 오징어 다리를 물어뜯듯 물고 뜯고 씹어도, 뜯긴 당사자가 얼굴을 볼 수 없는 곳. 이제 대중은 별다른 부담 없이 공통의 화젯거리로 떠오른 이들의 연애를 관전하며 깔깔 웃다가 복장도 터져 보다 불끈 화를 내기도 하며 즐거이 수다에 참여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수다의 정도를 넘어 참견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자신의 흑역사 혹은 가까운 이들의 옛 기억을 슬며시 꺼내보며, 연애라는 감정 앞에선 종종 찌질해지고 치사해질 뿐 아니라, 말도 안 되게 오만해지곤 하는 사람의 처지를 헤아려 볼 것이다. 그럼 자중할 수밖에 없다.
‘나는 솔로’ 16기는 돌싱 특집으로 꾸려진 것만큼 출연하는 이들이 자신의 마음은 물론이고 주어진 관계에 관한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 거침이 없었다. 그중에서 으레 보통의 일상적인 상황에서라면 ‘도대체 왜 저래?’라는 탄식을 자아낼 만한 유별난 에피소드들도 꽤 있었다. 이는 보는 이들로서 과도하게 몰입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었으니, 해당 방송이 송출될 때마다 출연자의 공개 사과문이 올라오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방송 출연을 결심한 이상 어느 정도 예상된, 예고된 상황일 테다. 좋은 이유에서든 좋지 않은 이유에서든 화제성을 얻었다는 것은 출연자에게 있어 나름의 의미 있는 결과를 산출할 수 있고, 특출난 화젯거리를 만들어 내는 게 더없이 중요한 프로그램의 입장에서도 웬만한 도덕적인 선을 넘지 않는 정도 내에서의 논란은 오히려 환영하고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프로그램 내에서 허용되는 것으로, 그 범위를 넘어서면 까닭 없는 적의와 비난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중계자들이 지속해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황 속에서는 본인의 행동이나 언사가 어떠한지 온전히 인지하기 쉽지 않다. 뭐든 제3자의 입장에 있을 때 잘 보인다. 더욱이 사랑이란 게 연애 감정이란 게 정상적인 뇌의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누구보다 우리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실로, 그러한 까닭에 출연한 이들이 카메라 앞임을 자각하지 않고 제 마음 가는 대로, 거침없이 행동하다 도저히 눈 뜨고 보지 못할 찌질함을 선사할 때 더욱 강렬한 몰입이 성사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맥락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을 대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지나간 날에 혹은 현재에 혹은 앞으로 다가올 시간 속에 존재했고 존재할 우리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프로그램이 부여한 관객석에 앉아 충분히 즐겼다면 상영 시간이 지나 제 삶으로 돌아간 등장인물들은 쿨하게 보내주고 새로운 인물들을 맞이할 일이다. 이는 ‘나는 솔로’를 비롯하여 일반인을 출연자로 삼은 모든 프로그램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자 즐기는 이에게 요구되는 태도라 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ENA, SBS Plus ‘나는 SOLO’]
나는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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