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제서도 ‘수능 영향력’ 유지…내신은 ‘고교 정상화’ 방점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수능서도 첫 구현
공교육 파행 우려에 학점제서도 ‘상대평가’
“입시 과도하게 바꿀 때 아냐…안정 중시”
[이데일리 신하영·김윤정 기자]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은 이상과 현실을 감안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문·이과 통합이나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수능·내신의 변별력도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겼기 때문이다. 특히 내신 9등급제가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수능의 영향력은 고교학점제 시대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새 대입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의 설명대로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찾은 절충안에 해당한다. 2025년에 전면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에선 선택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어야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이상론이 많았다. 학생들이 점수에 따라 과목을 고르는 게 아니라 적성·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고1 공통과목은 상대평가를, 고2·3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했을 때 고1 때의 내신 실패를 2·3학년 때 만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도 고교 자퇴 뒤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에 응시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데 내신 절대평가로 전환 시 이런 문제가 더욱 심화할 수 있어서다. 이 부총리는 “고1 때의 성적을 2·3학년 때에 만회할 기회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부는 고교 선택과목까지 상대평가를 유지키로 하면서 현행 9등급제를 5등급제로 바꾸기로 했다. 학급 인원이 적어 1등급(4%) 산출이 어려운 학교가 전국적으로 43곳에 달하는 데다 학령인구 감소로 이런 학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내신 등급이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수능 영향력은 고교학점제 시대에도 여전히 유지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2028학년도부터 국어·수학·탐구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르는 명실공히 ‘문·이과 통합’ 수능을 도입한다. 현행 수능은 문·이과 통합을 표방했지만, 선택과목으로 이를 구분해 왔다.
수능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공통과목 위주로 통합되면서 과목 수는 현행 44개에서 24개로 줄어든다. 국어와 수학은 공통으로 출제되며, 탐구도 그간 17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단순화된다. 대신 교과 간 융합·통합형 문제가 출제될 전망이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통합과학을 예로 들면 물리·화학·생명과학 등을 아우르는 교과 통합형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이다.
선택과목 폐지하고 통합사회·과목 도입
고교 내신에선 선택과목의 절대평가 전환 방침을 상대평가 유지로 선회하면서 중상위권 이상의 변별력은 어느 정도 확보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공계 최상위권 변별력이 저하되는 대목은 향후 과제로 꼽힌다. 교육부가 ‘심화 수학(미적분Ⅱ·기하)’ 신설 방안을 검토안으로 추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상훈 숭실대 입학처장은 “내신 변별력이 저하되긴 하겠지만 수능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 도입으로 많은 교과목이 수능과목으로 추가될 예정이라 보완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심화 수학이 신설된다면 상위권 대학들은 이를 대입에 반영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도 불구, 선택과목의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데에는 ‘공교육 정상화’의 취지도 있다. 수능이 공통과목·일반선택과목 위주로 통합되는 상황에서 내신마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고 2·3학년의 파행 운영이 우려되는 탓이다. 이주호 부총리는 “현재 공교육이 여러 위기 징후를 안고 있어 지금 입시제도를 과도하게 흔들 시기가 아니다”라며 “이번 대입 개편의 중요 방향 중 하나가 안정성”이라고 했다. 입시제도를 과도하게 바꿀 경우 교권추락·교권침해로 위기를 겪는 공교육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점을 걱정했다는 뜻이다.
고교 내신 5등급제로의 완화가 자칫 자율형사립고(자사고)·특수목적고(특목고)에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 부담이 크게 완화되면서 특목고·자사고·명문고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오히려 공통과목 외 선택과목까지 상대평가가 적용되기에 내신 변별력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소재 고교의 이모 교사는 “진로선택과목에서 A학점을 남발하는 등 학점 인플레가 심했는데 이를 상대평가로 적용키로 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수원 전세사기가 심상치 않다...‘전세보험 특약’ 넣어도 속수무책
- 이·팔 '공식' 사망자만 1600명…시신 또 무더기 발견(상보)
- “주유소 실수로 ‘혼유’, 1200만원 수리비…운전자 책임도 있답니다”
- ‘아빠가 성추행’ 일기장 달달 외워간 딸...아내의 수상한 신고
- 5.5억 받고 은행 떠난 1.7만명…희망퇴직금 10조 쓴 은행권[2023국감]
- 하마스에 나체로 끌려간 여성…母, SNS로 “도와달라” 외쳤다
- "힘들게 합격했는데 1년째 백수"…지방공무원 임용대기자 2857명
- “오빠 ‘갤레기’ 써요?” 성시경 ‘씁쓸’…‘아이폰’에 빠진 MZ
- “SON을 싫어하는 건 불가능”... 손흥민, 인터뷰 예절로도 칭찬 세례
- 스윙스·임보라, 3년 만에 재결합설 '솔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