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가 없다면 인류는 생존할 수 없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출간
코로나 감염돼 생사 오가며
미움의 부질없음을 담아내
"용서가 없다면 인류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이데올로기 문제와 좌우 갈등이 심각해진 오늘날, 갈등이 완화되고 조화로운 사회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 '인간시장'을 쓴 김홍신 작가(76·사진)가 '바람으로 그린 그림' 이후 6년 만에 새 장편소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를 출간했다.
소설은 군사독재 시기 용공 분자로 몰려 고초를 겪은 국군 장교의 이야기를 통해 용서와 애도, 사랑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드러낸다. 휴전선 인근 철책에서 근무하던 육군 소위 한서진은 전사한 북한군의 시신에 명복을 빌어줬다가 '적인종'(赤人種, 빨간색 인간)으로 몰려 핍박을 받는다. 한서진이 죽기 몇 달 전에서야 친부의 존재를 알게 된 한서진의 딸은 소설 원고로 남겨진 그의 삶을 추적하며 그가 겪은 고통과 뼈에 사무친 복수심,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체감한다.
ROTC 장교 출신인 김 작가는 철책 인근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무장공비를 소탕했던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했다. 김 작가의 소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취임식 날이던 1971년 7월 1일 새벽, 다량의 폭약을 들고 남침한 무장공비를 사살한 바 있다. 한서진이 공비의 죽음을 애도했다가 보안대에서 조사를 받은 것도 김 작가의 실제 경험이다. "북한 장교의 시신 옆에 십자가를 꽂아주고 기도한 것, 그로 인해 조사를 받은 것까지 사실이고 나머지 내용들은 픽션"이라며 "사건 당시부터 이 소설을 구상했지만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집필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경험은 김 작가에게 용서에 대한 더 깊은 사유를 하게 했다. 인생을 돌아보고 자신의 죽음이 어떻게 애도될지 생각하면서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이 스스로를 좀먹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는 말이 있다"며 "타인을 용서하고 애도하는 마음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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