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하태경이 던진 '자객의 자격'
명분, 흥행, 승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자객을 자처하며 새 지역구 선정 기준으로 삼은 세 가지 요인이다.
하 의원이 내년 총선 때 서울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내리 3선을 한 지역구였던 해운대갑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하 의원은 젊은 인재들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당내 중진으로서 가장 먼저 험지 출마를 선언하는 용단을 내린 셈이다. 당내에선 중진 의원들이 하 의원의 뒤를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하 의원을 시작으로 중진들이 험지 출마를 이어가며 당의 혁신 이미지를 선점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략 없이 중진 의원들을 수도권 험지에 배치하는 건 혁신과 동떨어진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총선 때의 '자객공천'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하 의원이 언급한 명분과 승산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자객공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21대 총선에서는 3선이었던 이혜훈·이종구·안상수 전 의원들이 지역구를 떠나 험지에 출마했다. 이혜훈 전 의원이 동대문을에서, 이종구 전 의원이 경기 광주을에서 새로운 도전을 했다. 하지만 모두 낙마하며 국회를 떠났다.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대구 수성갑에 주호영 의원을 내보낸 것이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였다. 자객공천의 효과를 봤던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였다. 당시 미래통합당의 자객공천은 일부 텃밭 지역에 '될 사람'을 꽂은 게 전부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객공천에서 핵심은 본래 '암살자' 의미를 갖는 자객이다. 경쟁력 없는 인물이 단지 중진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객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자객을 어디에 배치하느냐도 중요할 것이다. 각 전투의 성격에 맞게 승산이 있는 자객을 보내야 한다. 이런 고민 없는 중진의 험지 차출은 험지를 더욱 험지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역시 하 의원이 꼽은 요인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난 총선과 달리 이번 총선에서 성공한 선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하 의원의 결단이 총선 승리를 위한 신호탄이 될지, 미약한 공포탄에 그칠지는 국민의힘에 달려 있다.
[신유경 정치부 softs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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