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다!
"엄마, 대성동 88호 덧널무덤 바닥에 있던 회색 사람 패널이 변신한 거 봤어요? 금방이라도 잠에서 깨어나 다가올 것 같아요!"
김해 대성동고분박물관 일대에 배치된 증강현실 체험 콘텐츠는 가상이지만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돌무덤, 덧널무덤의 경우 태블릿을 비추면 증강현실을 통해 가야복식을 입은 남녀로 변신해 금방이라도 잠에서 깨어나 다가올 것 같은 생생한 문화재 체험이 인상 깊었다.
금관가야 왕들의 마지막 안식처로 불리는 김해 대성동 고분군은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무덤만 총 304기란 점도 놀라웠다. 대성동 고분군에서 발굴된 무덤 중 29호분과 39호분은 금관가야 지배계층의 무덤 축조 방법부터 유물 부장 상태를 생생히 보여줘 실감나기도 했다. 금관가야 왕묘를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아이와 함께 1시간이 넘도록 대성동 고분군에 머물렀다.
그런데 며칠 뒤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사라진 가야 문명의 비밀을 간직한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이었다.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고분 유적 7곳(고령 지산동 고분군, 김해 대성동 고분군, 고성 송학동 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곡리 고분군, 함안 말이산 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합천 옥전 고분군)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고분군이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한 유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이자 인류 공동으로 보존해야 할 중요한 유적으로 인정했다. 가야는 연맹이라는 독특한 정치체계를 유지하면서 주변의 중앙집권적 고대 국가와 자율적이고 수평적으로 공존한 국가라는 독특한 체계도 세계유산으로써의 가치가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
그렇다면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발돋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야는 기원 전후부터 6세기 중반까지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번성한 작은 나라들을 말하는데, 금관가야와 대가야 등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동시대에 존재했던 고구려나 백제, 신라와 달리 옛 문헌에 남은 기록이 많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가야고분군은 사라진 가야 문명을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됐다.
가야와 관련된 고분군은 우리나라 1세기부터 6세기 중반 무렵까지 600여년에 걸쳐 축조돼 780여 개소에 분포하고 있으며, 이 고분군에 축조된 고분의 수는 수십만 기에 달한다. 특히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가야고분군은 1세기부터 6세기 중반에 걸쳐 영남과 호남지역에 분포돼 있던 고분군 7곳을 묶은 연속유산으로 화제를 모았다.
내가 방문했던 김해 대성동 고분군은 김해시 대성동에 위치하며, 1세기부터 5세기 가야연맹을 구성했던 금관가야의 대표적인 고분군이다. 사적 제341호 김해 대성동 고분군은 철 생산과 국제교역을 통해 전기 가야연맹을 주도했던 금관가야 지배층의 무덤들이다. 옛 김해만을 조망할 수 있는 김해분지 중심부의 독립된 낮은 구릉지에 분포한 점이 특징이다. 달팽이처럼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걸으면서 고분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무덤 안에 시대별로 토기와 교역품을 부장했는데, 철제 무기가 눈에 띄게 많다는 점도 중국과 가야, 일본열도로 이어진 동북아시아 국제교역이 매우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처럼 대성동 고분군은 전기 가야연맹을 주도한 금관가야의 발전과 계층 구조, 대외관계를 잘 드러내는 대표 고분군으로 아이와 숨은그림찾기 하듯 역사 여행을 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김해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는 10월 ‘나만의 자개 거울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 중 가야시대 지배자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청동거울은 대성동 고분군 23호, 70호, 108호에서 출토됐으며, 88호에서 자개로 추정되는 유물이 나온 것에 착안해 교육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그런가하면, 국립김해박물관에서는 내년 2월까지 가야 웹툰 특별전을 김해공항과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선보인다. 김해공항 편에서는 금관가야, 대가야, 아라가야로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공항 이용객들이 자연스럽게 가야 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마련했으며, 국립김해박물관에서는 어린이들이 즐겁게 가야 웹툰을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가야웹툰놀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으로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갖게 됐다.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시작으로 가야고분군이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문화 유적지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보존에 힘써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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