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도, 나가도 문제? 비명계의 ‘하태경 딜레마’
野 ‘뒤숭숭’…非明 지역구 이동 타이밍 놓쳤나 “딜레마 빠져” 시각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차기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국민의힘 비윤석열(비윤)계와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의 '생존'에 쏠려있다. 당의 실세를 등진 탓에 이른바 '공천 학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이런 가운데 비윤계 하태경 의원이 당의 혁신을 내세우며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 역시 '하태경의 길'을 고심하고 있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른바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거치면서 당내 비주류에 대한 민주당 당원들의 반감이 여권보다 더 거칠어진 탓이다. 비명계 의원들이 지역구 사수를 내걸어도, 당선 확률이 떨어지는 험지로 나서도 성난 당심이 쉽게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마리 토끼' 잡기? 부산 떠난 하태경
부산 해운대갑 3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서울 출마'를 깜짝 선언했다. 하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우리 당은 두 석을 따내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며 "나의 작은 실천이 집권여당의 책임정치 회복과 우리 당 총선 승리의 밀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는 이른바 '보수 텃밭'으로 분류된다. 하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59.47%의 높은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하 의원이 굳이 '탈(脫) 부산'을 선언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런 하 의원에게 당 지도부가 '험지 출마'를 완곡히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서울에 출마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한 달쯤 전에, 그 때는 안 한다고 했다. 흘러나갈 수가 있기 때문"이라며 "오늘 아침 대표와 원내대표에게도 말했더니 '역시 하태경이다. 고맙다' 이런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타의가 아닌 자의로 결단했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다른 해석도 나온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하 의원이 '공천 탈락'을 의식해 서울 출마를 결단했을 것이란 추측에서다. 앞서 여권에선 대통령실 참모들과 일부 검사들이 부산 출마를 노리고 있다는 풍문이 확산한 바 있다.
실제 하 의원이 지역구 변경을 선언하자마자, 해운대갑 출마 후보군으로 윤석열 대통령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과, '윤심 차관'으로 불리는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출신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등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하태경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은 계파에 따라 아전인수식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압박에 따른 결정이든, 용기 있는 결단이든 3선의 여당 중진 의원이 텃밭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하 의원의 선언은 당도 살고, 자기도 살겠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선언"이라고 분석했다.
두 마리 토끼 다 놓칠라…고민하는 비명
하 의원의 결단에 야당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이른바 '민주당 텃밭'에 자리한 야당 의원들이 험지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김두관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거론하며 "총선은 결국 인물 경쟁·혁신 경쟁이고, 혁신은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내려놓기와 연결될 수 밖에 없다"며 "우리 민주당이 이런 혁신 경쟁에서 국민의힘에 뒤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 일각에선 '하태경의 길'은 친명계보다 비명계가 걷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명계는 이른바 '체포동의안 가결 정국' 이후 친명계로부터 '징계‧사과‧탈당' 압박을 받고 있다. 당원들의 저항도 거센 상황에서 비명계가 자구책으로 '험지 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호남권에 자리한 비명계 의원들이 고민에 빠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비명계는 공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 의원의 결단에 더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당을 향한 충성심을 보여야 하는데 그 대안이 '험지 출마 선언'이 될 수 있다. 이들이 당 인적 쇄신의 마중물이 된다면 당심도 일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비명계가 처한 상황과 비윤계의 현실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민주당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세, 이에 대한 반감으로 폭발한 비명계를 향한 분노가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에서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비윤계의 도움이 절실한 친윤계와 달리, 친명계는 '순수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각오다. 비명계가 험지 출마를 선언하더라도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이들을 향한 성난 당심도 쉽게 진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비명계의 경우 험지로 출마한다고 해도 '친명계 살생부'에 쫓겨 '날라 갔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 코너에 몰리고 난 뒤 지역구를 버리는 건 정치적 명분도 없는 셈"이라며 "그렇다고 비명계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움직이지 않아도 당원들의 반발은 거셀 것이다. 이래 저래 난처한 형국에 놓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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