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이스라엘도 비판? '이-팔 전쟁'에 엇갈린 각국 속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대립이 전쟁으로 격화된 가운데 세계 각국은 확전을 경계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민간인을 희생시킨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비난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지만, G7(주요 7개국) 내 일본은 이스라엘의 보복이 부를 파장에 우려를 표하는 등 각국의 입장은 엇갈린다. 다른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불편한 상황이다.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테러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없고 보편적으로 규탄받아야 한다"며 "우리 국가들은 그러한 만행으로부터 자국과 국민을 보호하려는 이스라엘의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며칠 동안 동맹국으로서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 평화롭고 통합된 중동 지역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단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 G7 가운데 캐나다,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정상이 함께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으로, 향후 추가 대응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공동성명에선 빠졌으나 캐나다 전역에서 하마스의 이슬라엘 공격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트위터 글을 통해 "폭력을 미화하는 것은 캐나다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9일 오후 이스라엘을 위한 연대 모임에서는 하마스의 공격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G7 중 일본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된 다음 날인 8일 저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죄 없는 일반 시민에게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강하게 비난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반격을 두고 "가자지구에서도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모든 당사자에게 최대한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동 국가들 역시 확전이 달갑진 않다. 2020년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은 아랍에미리트(UAE)는 양쪽의 자제를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를 노리고 미국과 함께 이-팔 중재를 추진하려던 사우디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는 미국과 방위협약을 맺는 대가로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해왔다. 이번 전쟁 여파로 양측 간 회담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빈살만 왕세자는 9일 팔레스타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간 팔레스타인 문제에 중립을 유지해왔던 러시아는 미국을 비판하며 즉시 '정전'을 요구했다. 러시아는 하마스를 지지하는 이란과 우호관계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의 반격이 정당하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에 방공 시스템 등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지원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예산이 미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불확실성이 커진 우크라이나로선 이-팔 전쟁이 확산돼 우방국들의 자원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로 분산되는 게 달가울 수 없다. 미 백악관은 이날 이스라엘에 미군 지상군 추가 파병 계획이 없다면서도 무기 등 지원 시스템을 즉시 가동한다고 밝혔다.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면서 격렬한 내부 반발에 시달렸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시간을 벌었다. 안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나 당장은 외부의 공격에 이스라엘 내 반대 시위가 중단됐고 야당이 전시 연정에 참여할 뜻까지 내비쳤다. 6번째 정부를 이끌고 있는 네타냐후는 역대 어떤 총리보다 장기간 이스라엘을 통치해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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