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도 尹도 ‘국회 패싱’…반복되는 ‘청문회 무용론’, 문제는?
정권마다 바뀌는 여야 태도에 “정쟁 멈추고 청문회 제도 개선해야”
(시사저널=정윤성 인턴기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도중 퇴장한 것을 계기로 '청문회 무용론'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안으로 '김행랑(김행+줄행랑)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는 야권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대부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권을 막론하고 청문회 논란이 반복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사청문회법이 실시된 제16대 국회부터 현재까지 196건의 인사청문회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된 것은 8건에 그쳤다.
국회 임기별로 발의된 법안을 살펴 보면 16대 국회 12건(가결 2건), 17대 15건(가결 2건), 18대 30건(가결 2건), 19대 42건, 20대 57건(가결 1건), 21대 40건(가결 1건) 순이다. 16대 국회에서 대안 반영 폐기된 법안 3건을 제외하면 모두 임기 안에 처리하지 못해 폐기 수순을 밟았다.
그나마 가결된 법안도 '청문회 무용론' 개선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결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인사청문회 기간 연장, 대상 공직후보자 확대, 국회 제출 서류 보완 등이다.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 됐던 20대 국회에서 통과된 1건도 법문의 용어 '당해'를 '해당'으로 손질한 것에 불과했다. 그간 정치권에서 주장해온 청문회 검증 절차나 실효성 강화를 위한 개정안은 모두 폐기됐다.
그럼에도 여야는 여전히 '입법'을 청문회 보완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행 후보자를 겨냥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10일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은 공직 후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인사청문회에 불참하거나, 중도 퇴장하면 후보직에서 사퇴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한 처벌 근거도 포함한다.
국민의힘은 '권인숙 방지법'을 대안으로 들고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중립 의무를 명문화하고 차수 변경 관련 절차를 보완하는 등 상습 파행방지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여야의 대치가 심화된 탓에 청문회 관련 개정안이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을 앞세워 정쟁만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관련해 법안을 대표발의한 신현영 의원은 10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그간 인사청문회법 개정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태를 공론화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법안은 국민들의 판단을 무시하고 임명까지 강행할 것인가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양측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 "일찌감치 서로 고민하고 합의했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양당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에 대해선 대승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안을 만들 때가 아니라 파행까지 이른 청문회를 매듭지을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양당 정권 교체되면 입장 돌변…"정쟁 멈춰야"
전문가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뤄지는 청문회 '공수교대'가 관련법 개정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야당일 땐 주로 국회 검증 권한 강화를 주장하는 반면, 여당일 땐 대통령 인사권 강화에 방점을 찍는다. 이탓에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검증이라는 청문회의 본 취지와는 거리가 먼 '공격용·수비용 입법'만 남발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21대 국회에서 지난해 3월 윤 대통령 당선 전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22건 중 19건은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개정안은 위증 처벌 강화,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 대통령의 임명 강행 방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반면 정권이 바뀌자 민주당에서 개정안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발의된 18건중 16건이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이 낸 법안이다. 국민의힘이 야당이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위증 처벌 강화와 후보자 자료제출 의무 강화 등 청문회의 강제력을 높이는 것으로 요약된다.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여야가 손익계산을 멈추고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권 입맛에 따라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관행은 멈춰야 할 것"이라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야일 때 입장이 달라도 인사청문회에 고질적 문제가 있다는 점엔 양당 이견이 없다"며 "정쟁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협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할 일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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