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과목으로만 치러지는 수능… 변별력 약화·선택수업 파행 극복이 숙제
선택과목 폐지로 성적 형평성 문제 해소
심화수학 신설안엔 "통합교육 취지 어긋나"
사회·과학 1학년 범위만 출제, 수업 파행 우려
교육부가 10일 공개한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통해 2028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든 영역에서 선택과목을 배제하기로 하면서, 현행 수능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능이 공통과목으로만 치러지면서 시험 변별력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또 고교 2·3학년 교육과정에 포함된 사회·과학 선택과목이 수능에서 빠지면서 이들 과목 수업이 자칫 파행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택과목→동일과목 체계로... "이과의 문과 침공 해소될 것"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기존 수능의 선택과목 체계는 '누가 어떤 과목에 몰리느냐'에 따라 똑같이 만점을 받더라도 표준점수에 차이가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미적분 등 일부 선택과목에서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은 수험생이 입시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이른바 '이과생의 문과 침공' 현상으로 이어졌다. 최근 9월 모의평가에선 지구과학Ⅱ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Ⅰ과목에 비해 23점 높아 '복불복'이라는 지적도 일었다.
교육부는 모든 학생이 같은 과목, 같은 범위로 수능을 보게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국어 2개, 수학 3개, 사회·과학탐구 17개 등 영역별로 다양한 선택과목을 골라 시험을 치르는 현행 방식을 폐지하고 공통과목으로만 이들 영역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통합형 과목체계를 통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와 불공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효과가 있을 거라는 입장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과의 문과 침공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심화수학' 선택 응시안 제시... "수리 가·나형 부활" 우려
관건은 수능을 공통과목으로 치르면서도 변별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다. 대학이 학생 선발 기준으로 수능 활용도가 떨어졌다고 판단할 경우 본고사 등 자체 전형을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육부가 대수·미적분Ⅰ·확률과통계 과목을 묶어 수학 영역을 공통화하는 한편으로, 미적분Ⅱ와 기하를 묶어 '심화수학'을 선택 영역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문제는 심화수학 영역 신설로 미적분Ⅱ·기하가 상위권 학생의 '필수 선택과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요 대학 이공계학과, 의대를 중심으로 학생 변별을 위해 심화수학 응시를 지원 요건에 포함할 경우 이과생은 물론 문과 상위권 학생들도 의약학계열 진학을 염두에 두고 심화수학에 매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주요 대학들이 심화수학을 요구한다면 사실상 예전의 '가·나형 수학'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아진다"며 "문이과 통합 교육이라는 취지에 반하고, 자신의 진로에 맞춰 수업을 선택해 듣는다는 고교학점제의 의미도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웨이는 "공통과목 위주의 수능 개편이라는 취지에 어긋나고 사실상 이과생 필수 과목이 될 수 있다"며 심화수학 영역 신설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가 9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학부모 1,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심화수학 도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58.2%로 동의(41.8%)보다 많았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심화수학을 신설하더라도 절대평가로 실시하고 다양한 수학개념 학습을 장려하는 수준으로 출제할 것이라 사교육 유발 가능성은 적다"며 "만약 대학이 학생부와 수학, 통합과학 성적만으로 충분히 학생을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심화수학을 필수로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과탐은 1학년 과정만 출제... "2·3학년 때 수업 듣겠나"
국어·수학과 달리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고교 1학년 교육과정만 수능 출제 범위에 포함돼 자칫 '잠자는 교실'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입 경로로 정시를 선택한 고교생이 2, 3학년 사회·과학 선택과목 수업을 소홀히 하면서 수능 준비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상대평가를 할 정도로 변별력 있는 문제를 만들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고, 학생들이 2, 3학년 사회·과학 수업을 듣지 않아 고교 교육과정 운영이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며 "차라리 사회·과학탐구를 절대평가로 바꾸면, 학생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할 여력이 생기고 교육과정도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 입장에선 학생의 사회·과학 선택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수능을 통해 측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입장에선 이공계 신입생이 물리, 지구과학 등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사회·과학 심화 과목들을 수능 부담 없이 학교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고 대학은 학생부를 통해 이를 평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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