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자’ 운운 들리더니…영천사람 두 번 죽이는기라, 두 번”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죄가 있으면, 1950년 당시 기록을 들이대던가요."
조씨의 아버지 조달재(1920년대생 추정)씨와 권씨 아버지 권영교(1924년생)씨는 1950년 2~3월께 파출소의 연락을 받고 영천경찰서에 간 뒤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당시 두 집은 모두 농사 짓는 집안으로 영천군 화산면 대안1리에 이웃해 살았다.
이들은 "두 아버지 모두 영천경찰서에 계속 구금돼 있다가 1950년 7~8월경 영천군 임고면 아작골에 끌려가 학살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일 1소위에서 영천·진도 사건은 또 보류
“죄가 있으면, 1950년 당시 기록을 들이대던가요.”
“사건 한참 뒤인 1979년 기록이라잖아요. 그거 조작 아닌가요?”
“확실히 진실규명을 해주세요. 명예회복은 못 해줄 망정 왜 또 죄를 뒤집어씌웁니까?”
“두 번 죽이는 거죠, 두 번.”
10일 경북 영천에서 이른 아침 서울에 온 조팔수(78)씨와 권오우(73)씨 가족이 말했다. 권씨의 아내 이숙원(72), 누나 권순화(79)까지 네 사람은 이날 동대구역에서 케이티엑스(KTX) 열차를 타고 왔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영천유족회 김만덕 회장과 김재광 부회장도 동행했다.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앞에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회장 윤호상)와 과거사 단체들이 여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조팔수·권오우씨는 지난 2021년 봄 진실화해위에 한국전쟁기 때 아버지가 국민보도연맹원으로 끌려가 돌아오지 않은 사건의 진실규명을 신청한 바 있다. 그해 7월께엔 진실화해위 담당 조사관이 내려와 영천 화산면 대안1리 경로당에서 1시간여 동안 함께 조사에 응했다.
하지만 2년이 넘은 지금까지 진실규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몇달 전부터는 문제가 생겨 계속 보류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부역자’ 운운하는 소리가 들렸다. 최근엔 진실화해위 이옥남 상임위원(1소위 위원장)이 1979년 영천경찰서 사찰기록(대공인적위해자조사표 처형자 명부)을 근거로 영천 희생자 일부를 진실규명 대상에서 제외하려 한다는 뉴스까지 보았다. 이들이 서울에 올라온 이유다.
조씨의 아버지 조달재(1920년대생 추정)씨와 권씨 아버지 권영교(1924년생)씨는 1950년 2~3월께 파출소의 연락을 받고 영천경찰서에 간 뒤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국민보도연맹 명부에 도장만 찍으면 된다”는 말만 믿고 떠난 길이었다. “국민보도연맹 가입을 해야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경찰의 강권을 받은 터였다.
당시 두 집은 모두 농사 짓는 집안으로 영천군 화산면 대안1리에 이웃해 살았다. “우리 마을에서 총 3명이 끌려갔는데, 뒷집 사는 김아무개 어르신은 ‘죄없는 데 왜 가냐’고 버티고 안 가서 살았어요.”(조팔수) “죄가 있었다면 거기를 멀쩡한 두 발로 자진해서 갔겠어요? 오전에 가서 도장만 찍으면 오후에 내보내준다고 하니까 안심하고 간 거죠.”(권오우)
이들은 “두 아버지 모두 영천경찰서에 계속 구금돼 있다가 1950년 7~8월경 영천군 임고면 아작골에 끌려가 학살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했다. 1기 진실화해위 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 보고서는 “1950년 8월 7일 임고면 아작골(절골)에서 150여 명이 희생됐다”고 밝히고 있다.
“진실화해위 조사관이 내려왔을 당시 아직도 생존해 계신 마을 어르신 권대홍(97), 권승관(94) 어르신이 죄없는 사람들이었다고 보증을 해줬어요.”(권오우) “죄가 있어도 그렇죠. 만약 살인·방화를 했다 해도 수사와 재판 등 절차를 밟아 ‘너 사형’이라고 하면 또 모르겠지요. 이건 뭐 무조건 싸그리 다 죽인 거잖아요.”(조팔수) “진실규명을 받아 꼭 명예회복을 하고 싶어요. 죽은 것도 억울한데 적대행위 부역자라니요.”(권순화)
한편 10일 오전 10시부터 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과 진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을 재심의한 진실화해위 제1소위는 영천·진도 사건보고서의 전체위원회 상정을 또 다시 보류했다. 이날 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진도 사건을 의논하다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영천 사건은 의논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소위는 10월2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스라엘, 물·전기 다 끊는다…‘세계 최대 감옥’ 가자지구 생사 기로
- 아프간 지진 사망 3천명 육박…“사막서 자는 2살 치료 못 받아”
- 민주 “양평고속도로 교통량 6천대 증가?…3기 신도시라도 생기나”
- 폭 10m 구멍서 메탄가스 펑펑…기후변화 시한폭탄 찾았다
- 초유의 이스라엘인 130명 인질 사태…무력충돌 위기 최고조
- ‘전 정권과 싸우는’ 아집이 망쳐놓은 내년 예산안 [아침햇발]
- 아흔여섯 ‘현역’ 김남조 시인 별세…“시는 평생 날 이기기만 해”
- 민주 “김행, 회사에 9억 손해 끼치며 이득”…배임 혐의 고발
- “이스라엘, 미국에 가자지구 침공 뜻 전달”…사망자 최소 1600명
- [단독] 청와대 돌려준다더니…대통령실 맘대로 쓰게 규정 바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