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최고참 박세웅은 왜 불펜 포수에게 금메달을 걸어줬을까
롯데 박세웅(28)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최고참이었다.
박세웅은 팀의 가장 큰 형님으로서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어냈다. 박세웅은 5일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2안타 2볼넷 9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한국의 결승행에 기여했다. 그리고 더그아웃에서는 선수들을 다독이고 분위기가 처질때마다 파이팅을 외치며 금메달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꿈에도 그리던 금메달을 획득한 후 박세웅은 다른 이에게 메달을 걸어줬다. 지난 7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세리머니를 하던 도중 불펜 포수 권누리와 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른 선수들이 함께 어울려 사진을 찍거나 혹은 지인에게 영상 통화를 하는 등 기쁨을 나누고 있을때 박세웅은 불펜 포수에게 자신의 금메달을 목에 걸어 함께 사진을 찍었다.
박세웅이 이렇게 한 건 그에 대한 고마움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크기 때문이었다.
지난 9일 소속팀 롯데에 합류한 박세웅은 “(불펜)포수 형이 그전에 대표팀을 4번이나 동행했는데 한 번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했다.
권누리는 프로 데뷔의 꿈을 꿨지만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2014년 SK(현 SSG)에서 불펜 포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야구 선수를 향한 꿈을 간접적으로 이뤄나갔다.
불펜 포수 권누리는 이번 대표팀에서 유일한 불펜 포수였다. 대회 시설 출입인가증인 AD 카드 수가 제한돼 그가 홀로 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5번째 대표팀과의 동행이었다. 그는 투수들의 공을 받는 건 물론 대표팀에서 자잘한 일들도 자처하며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박세웅은 “한국에서는 (팀별로)보조해주는 분들이 많지만 이번 대회에서 혼자 넘어와서 궂은 일을 다 했다. 같이 고생해서 챙겨주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을까해서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도 동의했다. 포수로 데뷔했다가 투수로 전향한 나균안은 포수의 마음을 더 잘 알았다. 그는 “누리 형이 나에게 ‘다른 투수들도 있지만 내 볼 받기가 제일 힘들었다’고 말하더라. 나도 포수 출신이기 때문에 어려웠던 부분을 말하다가 더 많이 친해졌다”라고 말했다.
윤동희는 야수이지만 불펜 포수의 노고를 잘 알았다. 윤동희는 “누리 형이 불펜 포수 역할 뿐만 아니라 배팅볼 등 궂은 일을 혼자서 다 하셨다. 나도 메달을 목에 걸어드렸어야했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고 고생 많으셨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박세웅은 이 밖에 트레이너에게 전화해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이유로 “팀에 있을 때 몸 상태를 가장 많이 체크해주고 저희를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써주는 분들이라서 연락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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