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내내 콜록콜록 "감기가 왜 이리 오래 가지"…이유 밝혀졌다

천선휴 기자 2023. 10. 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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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퀸 메리 대학 연구팀, 영국 성인 1만여명 추적 결과
"코로나 외 다른 급성호흡기질환도 후유증 있다" 확인
서울 중구의 한 약국에 해열제의 일종인 타이레놀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이상하네요.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거라면 보통 2주면 괜찮아져야 하는데… 폐렴일 수 있으니 엑스레이(X-Ray) 검사를 해봅시다."

감기에 걸려 항생제 등 치료 약을 먹은 지 3주차. 계속되는 심한 기침 증상에 병원을 찾은 A씨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폐는 깨끗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도 음성이었다.

의사는 폐렴이어도 엑스레이 검사상 발견이 되지 않을 수 있고, 과거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다면 그 후유증으로 감기 증상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다시 내원하라고 했다.

하지만 A씨의 증상은 며칠 뒤 씻은 듯 괜찮아졌다. A씨의 동료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시기에 감기에 걸려 약을 복용하고 치료받았지만 3주 이상 증상을 보이다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코로나도 아니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인 데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 마스크를 벗게 되면서 주변에 콜록대는 감기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문제는 감기를 앓는 환자의 증상이 거의 한 달간 지속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길게는 2주간 증상이 지속되다 호전된다. 그 이상 증상을 보이면 폐렴이나 결핵 등을 의심할 수 있어 관련 검사를 시행한다.

코로나19에 걸린 후에도 오랫동안 기침 증상이 계속되는 등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 이 경우 원인 모를 증상이 길게는 12주 이상 지속되기도 해 '롱 코비드(long covid)'라고 부르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확진 후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되는 후유증을 이 같이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껏 코로나19 확진을 받지 않았음에도 이유 없이 긴 감기 증상이 지속되는 현상에 대해선 뒷받침할 만한 연구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이에 대한 답을 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News1 DB

최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런던 퀸 메리대 연구팀이 영국 내 환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급성 호흡기 감염 환자들도 '장기 감기'를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코로나19가 아닌 감기, 독감 등의 호흡기질환에 감염돼도 오랜 후유증을 경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나온 적이 없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연구는 2020년부터 코로나19에 대한 연구를 위한 '코비던스 UK'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으며, 약 1만90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해 왔다.

연구팀은 이들을 분석한 결과 1343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었고, 472명이 호흡기 질환을 경험했지만 코로나19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의 22%는 감염 후 장기적인 후유증을 겪었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호흡기 질환자의 22%도 코로나 감염자 못지않은 긴 후유증을 경험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 후엔 주로 미각, 후각 마비, 어지러움, 심장 두근거림, 오한, 탈모 등의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반해 급성호흡기질환에 걸린 후 '긴 감기' 후유증이 나타난 경우엔 첫 증상 발현 이후 약 4주간 기침이나 쉰 목소리 등의 증상이 계속되는 것을 확인했다. 호흡 곤란과 피로는 두 그룹 모두에게서 관찰됐다.

연구팀은 질환을 심하게 앓을수록 장기적인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애드리안 마르티뉴 QMUL 호흡기 감염 및 면역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호흡기 질환을 앓은 후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를 발견했다"며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비던스 UK 수석 연구원 줄리아 비발디는 "일반적인 감기에도 코로나19와 같은 후유증이 존재한다는 점을 밝혔다"며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려진 적이 없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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