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충격'에 고물가·고환율 장기화..한은 금통위 금리결정 딜레마
당장 국내 금융·외환시장 영향 제한적이나
환율+물가 상승압력.. 3고 현상 장기화 가능성
연내 두 번 금리결정 남겨둔 금통위 '딜레마'
통화가치·물가안정이냐 vs 금융안정·경기부양이냐
한두달간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연내 두 번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중 어느 쪽에 더 방점을 찍을지 선택의 딜레마를 맞닥뜨렸다.
■ 증시 출렁·환율 상승.. 국제유가 올라 물가 상승압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면전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이날 오후 본격 영향권 안에 들어갔다.
코스피지수는 오후들어 급격하게 상승폭이 줄어들며 장 후반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 거래일 대비 6.15포인트(0.26%) 내린 2402.58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약 7개월 만에 장중 800선을 밑돌아 21.39포인트(2.62%) 내린 795.00으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 대비 1.5원 내린 1348.4원에 출발해 1350원대 초반까지 오른 후 1349.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시장안정화 조치 영향 등으로 직전 영업일인 지난 6일 장중 1345원까지 내렸다가 이날 다시 1350원대로 올랐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시장 반응이 제한적"이라면서도 "사태가 신속히 마무리된다고 해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두달 동안 위험자산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해왔다"고 말했다.
중동분쟁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거래일 대비 소폭 올라 106.10선을 돌파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이 금값도 올랐다. 금 선물 12월물은 지난 5일 1831.8달러에서 전날 1864.3달러까지 상승했다.
주요 산유국 이란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들썩였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86.38달러로 4.3%, 브렌트유는 88.15달러로 4.2% 각각 상승했다. 두바이유는 3.1% 오른 88.54달러를 기록했다.
당국과 시장 전문가들도 국제유가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금융시장·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국제유가가 단기적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앞으로 사태 향방 등에 따라 변동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는 물가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긴축 기조가 길어져서 상당기간 시장의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중동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 강화, 국제유가 상승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게 됐다. 오는 19일과 11월 3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금리인상 재료가 쌓여가는 가운데 금융안정과 경제성장까지 고려해야 해서다.
실제 고물가, 고환율 등 한은이 금리를 올릴 명분은 쌓여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7% 올라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원·달러 환율이 1363.5원으로 마감해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주춤하던 국제유가와 물가 상승세가 중동위기 여파로 다시 급등하고,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화가 힘을 받을 경우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 이윤수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근원물가상승률이 둔화된다고 해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오를 수 있다"면서 "유가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동위기 리스크가 미국 고금리 장기화 기조를 강화시켜 한은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당분간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정적 충격으로 작용하고, 국제유가가 불안해지면서 연준이 통화긴축 기조를 더 오래 가져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윤수 교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점도표를 5.1%로 상향 조정하면서 연준이 시장의 예상보다 금리를 덜 내릴 수 있다"며 "유가와 환율 모두 높아져 한은의 선택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부진과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인상 부담 속에서도 동결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금리로 차주의 상환부담이 커지고 소비가 위축되면 안 그래도 어려운 경기가 악화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예상했는데 중국 부동산시장 불안 등으로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가 더뎌 이를 달성할 지도 미지수다.
이에 미국 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여부와 환율 수준,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률 전망 등이 한은 금통위 선택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올해 1월 금리를 0.25%p 인상한 후 2월부터 5회 연속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해왔다. 현재 미국(5.25~5.50%)과의 금리차이는 2%p로 역대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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