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중동붐’ 노리던 韓건설사, 이-팔 충돌에 ‘긴장’…공사비 자극도 ‘불안’
유가급등→공사비 상승 가능성 ‘노심초사’
“금리인하 늦어질수도…자금조달 환경 악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서 우리나라 건설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 불황으로 해외수주로 돌파구를 찾던 중 중동 불안은 수주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국제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으로 번져 공사비인상으로 신음하는 국내 공사현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대형건설사들은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확대를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주거공간인 ‘더 라인’ 내 지하터널 첫 구간 사업을 삼성물산과 공동 수주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로부터 최대 석유화학단지 ‘아미랄 프로젝트’ 공사를 50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 따냈다. DL이앤씨는 국내 건설업체 중 최초로 중동에 진출한 건설사로, 현재 사우디에서 암모니아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로 주변 중동국가 내 사업에는 영향이 없다”면서 “현지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지 직원 탈출 등과 관련해 매뉴얼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우건설은 이라크·리비아 등을 거점 국가로 삼아 중동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알포 신 항만 개발 사업을 비롯해 11개 사업을 진행해 왔고, 리비아에서는 1970년대부터 70개 이상의 공사를 수주해 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 중동의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는 있다”면서도 “중동 전반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이라크·리비아 현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동지역은 국내 주택시장 불황으로 먹을거리가 부족한 건설업계에 블루오션이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중동 지역 건설 수주액은 74억974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36억7403만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해외건설 수주총액 219억3242만달러 중 중동 실적이 33%를 차지한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쪽에서 중동정세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하려는 건설사들에게도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국내 건설시장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간 충돌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물가’다. 중동 정세 불안은 당장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3.59달러(4.34%) 오른 배럴당 8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외신을 중심으로 중동전반으로 불안이 확장될 경우에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 올라갈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최근 건설현장에서는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공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초 톤(t)당 70만원대 였던 철근 가격은 최근 90만원대로 올랐고, 시멘트 가격은 같은 기간 톤당 7만8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급등했다. 더불어 물가의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요인이라 건설업계의 자금조달 환경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쟁이 확산될 경우 유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가 지속될 수 있다”면서 “인플레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으면 건설업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현장에 미치는 영향보다 국내 공사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현재는 더 큰 상황”이라면서 “지금도 어려움을 큰 상황이라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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