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추천했던 항공株… 이·팔 전쟁에 다시 경착륙 조짐
이·팔 전쟁에 유가 재차 급등… 항공사 실적 악화 불가피
10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 줄줄이 52주 최저가
항공주 주가가 저점을 지나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유가가 다시 급등했기 때문이다. 9월부터 증권가는 유가 고점, 항공주를 저점으로 평가하며 비중확대 업종으로 항공주를 추천했었다. 지난주 국제 유가는 고점 논란 속에 약 9% 하락했지만,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10일 국내 항공주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61%, 0.10%씩 내렸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4.67%), 에어부산(4.61%), 진에어(4.33%), 티웨이항공(4.02%)도 하락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다. 이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가 장중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국내 항공주가 나란히 약세를 보인 이유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상대로 8일(현지 시각) 전쟁을 공식 선포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9일 하루에만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이 전날 대비 4% 넘게 올랐다. 항공유는 항공사 매출원가의 약 30% 차지한다. 유가 상승은 비용 증가로 이어져 항공사의 실적 악화로 직결된다. 같은 날 아메리칸·유나이티드·델타항공 등 미국 항공주는 일제히 4%대 하락 마감했다.
앞서 증권사들은 국내 항공사 주가가 곧 저점을 지나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주는 하반기 이후 고유가와 고환율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세였다. 9월 항공주 관련 리포트를 낸 7개 증권사 중 6개사가 항공업종을 비중확대 종목으로 지목했다. 6월부터 산유국 감산 정책으로 오르던 국제 유가가 고점을 찍고 내릴 것이라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유가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을 노리고 항공주에 주목하라고 분석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여객·화물 수요 회복이 예상된다며 항공업종을 비중확대 종목에 넣었다. 올해 실적도 대부분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가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2% 늘고, 티웨이, 진에어 등 주요 LCC 항공사가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매크로(거시경제) 변동성이 커지고 유가가 다시 급등하며 항공주가 바닥을 다시 뚫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대한항공의 목표 주가를 기존 3만60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14% 하향 조정했다. 티웨이항공에 대해선 목표주가를 2500원으로 기존보다 24% 내리고 투자 의견도 ‘중립’을 제시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이 계속되며 올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7% 내린다”며 “연료비 등 영업비용이 오르며 부담이 커지고 운임도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항공업종에 대해 투자 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국제선 여객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유가 상승과 경기 침체 등 3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가 상승이 단기간에 그쳐 항공사들의 실적 악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 생산지가 아니다. 이에 양측 충돌이 원유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진 못한다. 전날 4% 넘게 올랐던 WTI 가격도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배럴당 85.75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0.71% 소폭 내렸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거나, 미국이 이란 수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면 원유 시장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란은 하마스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쟁이 중동으로 확대된다면 원유 수송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원유 생산량이 줄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국내 주요 원유·가스 도입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유가는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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