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보라매·경북대병원, 내일부터 총파업…장기화 우려도
서울대병원·서울보라매병원·경북대병원 등 주요 국립대병원이 내일부터 대규모 파업을 강행할 것으로 예고하면서 진료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의료계 파업은 지난 7월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이후 3개월 만이다. 파업 장기화 가능성도 시사해, 환자들은 사전에 병원 안내를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이하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노조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히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의료기관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극단으로 내몰아 숙련된 병원 노동자들은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다"며 "숙련된 병원 노동자가 없는 병원은 의료 질이 떨어지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데도 인력 충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립대병원의 간호사 증원 승인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올해 7월 기준, 간호사 증원 승인율은 39.5%였다. 이에 대해 의료연대본부는 "과도한 기재부의 인력과 인건비 통제는 정부가 의료현장의 업무 경감을 위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서울대병원 분회는 지난 7월부터 △의사 성과급제 폐지 △공공의료 수당 신설 △어린이병원 병상 수 축소 금지 △무상의료 시행 △환자 정보 보호 △영리자회사 축소 등 의료공공성 강화 △필수인력 114명 충원 △실질임금 인상 및 노동조건 향상 등을 병원 측에 요구해왔다. 이 요구 사항을 두고 지난 4일 서울대병원 노동조합과 병원 측은 마지막 조정 회의를 가졌지만 결국 결렬됐다.
파업 여부에 대해서는 찬반 투표를 통해 찬성률 95.9%로 '가결'했다. 서울대병원 분회는 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 조합원 3800명으로 구성됐으며, 이번 파업엔 하루에 조합원 1000명씩 참여할 계획이다. 다만 중환자실·응급실 등 필수 유지인력은 모두 현장에 남기로 했다. 이미 서울대병원 내부에선 행정직원을 배식, 환자 이송 등 타 부서 업무에 투입하려는 계획까지 세운 상태다.
서울대병원 노조 측은 "노조는 파업을 막기 위한 막판 타결을 위해 병원장을 포함한 4대4 교섭을 제안했다"면서 "하지만 병원 측은 수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고 공공의료에 대한 계획도 내놓지 않는 등 파업 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 노조는 △보건의료인력기준 마련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 수 1:3(통합병동) 1:6(일반병동) 조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전면 확대 △공공병상 확충 및 병상 총량제로 의료불균형 해소 △필수의료분야 의사 수 확충 △비대면 진료 중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중단 △돌봄 노동자 필수인력 충원 및 월급제 시행 △공공기관혁신 가이드라인 폐기 및 직무 성과급제 도입 저지 △간병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등을 요구해 왔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앞서 지난 6일 경북대병원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투표율 82.1%에 찬성 91.7%로 파업 결의가 이뤄졌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1797명 중 1647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파업 찬반 투표 가결 이후 노사 양측은 두 차례에 걸쳐 최종적인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대병원 노조는 "사측(병원 측)은 기획재정부의 인력 통제, 공공기관 경영평가 총인건비 통제 등을 이유로 노조 측의 요구사항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다"며 "국립대병원은 (정부의) 공공기관 운영 방침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지키며 노조 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경북대병원은 2년 미만 신규 간호사의 퇴직이 70%가 넘을 정도로 임금과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인력 충원은 매우 절실하다"며 "공공성 최후의 보루인 국립대병원마저 국민의 생명, 안전보다 이윤 확대를 우선하는 상황에서, 병원 노동자들은 더 나은 병원 현장을 위해 파업 투쟁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에 대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의료연대본부의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10일 입장문에서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울산의료원 예비 타당성 조사 탈락 등 공공의료를 후퇴시켰고, 환자 정보를 민간보험사에 팔아먹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과 수가를 30%나 가산하며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고 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 상황이 반복해서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도 무시한 채 국가의 공공적 책무나 의료공공성 강화가 아닌 의료민영화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병원에 직무 성과급제를 도입하며 경쟁과 갈등, 돈벌이 병원으로 내몰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노동자의 안전이 환자의 안전과 직결됨에도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확대하고 있으며,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환자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며 "감염병 위기 때 병원·돌봄노동자들에게 '희생과 헌신'만을 요구하던 정부는 이제 필수인력 충원, 의료공공성 확대, 직무 성과급제 도입 중단, 좋은 돌봄을 위한 제도 마련 등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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