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단 어머니 잃어"…평생 '사랑' 노래한 원로시인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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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원로시인 김남조는 평생 '사랑'을 노래해 왔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독립, 6·25전쟁 등 한국 현대사를 몸소 겪은 고인은 늘 인간, 삶, 생명 등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았다.
이처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예술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던 만큼 문학계는 고인은 잃은 큰 슬픔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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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강애란 기자 = 10일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원로시인 김남조는 평생 '사랑'을 노래해 왔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독립, 6·25전쟁 등 한국 현대사를 몸소 겪은 고인은 늘 인간, 삶, 생명 등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았다. 눈을 감기 전까지 시 짓는 외길 인생을 걸어온 고인이 남긴 약 1천편의 시에는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의미에서 사랑을 강조하는 함축적인 시어가 가득하다.
2017년 정지용문학상을 받은 '시계'에는 생명에 대한 순응 또는 생의 쓰라린 긍정을 통해서 삶의 고독과 허무를 이겨내려는 안간힘이 표출돼있다. 2020년 출간한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에는 삶에 대한 진심과 순수, 정신의 신성성이 담겨있다.
고인의 시는 문학계를 넘어 국어 시간, 길거리, 노랫말 등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곁에 가까이 있었다.
허무하고 절망적인 공간 겨울 바다에서 생명력이 넘치는 '물'의 이미지를 가져와 삶에 의지를 보여주는 '겨울바다'를 비롯해 '설일', '정념의 기' 등은 교과서에 실렸고, '좋은 것'의 시구 "읽다 접어둔 책과 막 고백하려는 사랑의 말까지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는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에 내걸려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가수 송창식의 노래 '그대 있음에'는 고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원로 시인인 고인은 예술인들을 위해서도 적극적이었다. 남편인 광화문 광장의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 고(故) 김세중을 기리는 김세중기념사업회를 통해 2015년 예술인들의 둥지 역할을 할 공간 '예술의 기쁨'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울 효창동 소재의 자택을 헐고 신축한 이 작은 회관에서는 시 낭송회, 출판 기념회, 작은 음악회, 연극 등이 열린다.
이처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예술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던 만큼 문학계는 고인은 잃은 큰 슬픔에 빠졌다.
고인의 제자인 신달자 시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틀 전에도 (김 시인이 계시던) 병원에 다녀왔는데, 그때 눈물을 흘리셨다"며 스승의 비보를 애통해했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 회장도 "한국시단에서 어머니와도 같은 분이 돌아가셨다"며 애석해했다.
유 회장은 "그동안 후배 시인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격려하고 사랑해주신 큰 어른을 잃은 마음"이라며 "우리는 김남조 선배가 남겨준 문학혼을 잘 살려서 이를 계승해나갈 것"이라면서 이번 장례는 시협장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권영민 문학평론가 역시 "애통한 마음이다. 그의 시는 사랑과 기도의 시였다"고 말했다.
그는 "93세가 될 때까지 펴낸 19권이나 되는 시집에서 그는 서정시의 전범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었다"며 "일관되게 강조한 사랑과 기도를, 때로는 종교적으로 때로는 개인의 서정 세계로 폭넓게 고양한 분이었다"고 평가했다.
고인의 삶에 대한 애정은 구순을 바라보던 2016년 시와 더불어 살아온 자신의 70년을 돌아보는 행사에서 건넨 인사말에서도 드러난다. "태어나서 좋았다고, 살게 돼서 좋았다고, 오래 살아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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