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2023][단독]국내 가전업체 가습기 살균필터서도 유해 우려 ‘은’ 검출···환경부는 확인하고도 비공개
국내 가전업체가 생산하는 가습기용 살균필터에도 가습기 살균제처럼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환경부는 2년 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가습기 살균필터 관련 자료와 보고서 등을 보면 환경부는 2021년 용역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 유통 중인 가습기 살균필터 15종 중 5종에서 흡입 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은’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가습기 살균필터의 필터 안에 들어있는 이온수지는 물때를 제거하고, 살균볼은 세균 번식을 막는다. 삼성전자, LG전자를 포함해 국내에서 알려진 대부분의 가전 업체들이 이 살균필터를 판매해 왔다.
전문가들은 살균필터 내 ‘은’ 성분이 살균 과정에서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살균필터 내의 은이온이 세포막을 파괴해 항균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살균필터에 포함된 은의 독성은 옥시에서 출시했던 고체 가습기살균제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미 옥시 고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 7명이 정부에 피해를 접수해 이를 인정받았다.
2020년 10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가습기 살균필터가 가습기살균제처럼 유해할 수 있다고 밝히자 환경부는 이를 조사했고 같은해 11월 실험 대상 23종 제품에서 모두 은이 ‘불검출’됐다고 밝혔다.
2021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용역연구를 통해 더 세밀한 기준으로 국내 15종 살균필터에 대한 실험을 한 결과 5개 제품에서 은이 검출됐다. 이 같은 내용은 환경과학원이 2021년 9월 제출받은 ‘가습기 항균부품의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담겨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환노위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환경부 환경보건국장은 가습기 살균필터에서 은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환경부 고위 간부가 국감에서 위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진 의원은 “국내 유통된 살균필터에서 은이 검출된 사실이 드러난 만큼 가습기살균제 독성물질에 대해 실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살균필터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한 흡입독성 실험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균필터가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작용을 할 수 있는 만큼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인 옥시, 애경, SK케미칼 등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기업에도 피해자 보상, 지원을 위한 분담금을 내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11일 예정된 국회 환노위의 환경부 국정감사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기업 측 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지만 불발됐다. 진 의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판매한 가습기살균필터가 가습기살균제와 마찬가지 작용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자체 제품에서 은을 제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은 성분이 문제가 된 이후로 은이 든 제품은 판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진 의원은 “살균필터가 가습기살균제처럼 건강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고도,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해온 환경부 담당자들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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