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에 콘돔 지급'…반대한 美 캘리포니아 주지사, 왜?

/AP=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모든 공립 고등학교 학생에게 콘돔을 무료로 지급하는 법안이 추진됐지만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됐다.

1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주의회 상원에서 통과된 '청소년 성 건강, 피임 도구' 법안에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7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공립 고등학교 학생에게 무료로 콘돔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같은 당 소속인 캐롤라인 멘지바르 상원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그는 법안을 발의하며 "성생활을 하기로 결심한 청소년들이 자신과 상대를 성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1년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성관계 중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94% 이상이 성병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19년 기준 성 경험이 있는 캘리포니아주 고등학생 중 47%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반려됐다. 뉴섬 주지사는 "공립학교에 예산 지원 없이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의 성 건강 개선은 중요한 사안이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주 예산에 190억 달러(약 25조5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될 것"이라며 "주가 지속적인 경제적 위험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법안 통과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캘리포니아주의 재정 적자 규모는 300억 달러(약 40조30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