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한 이재명의 민주당 통합, ‘가결파’ 5인 징계·탕평 인사에 달렸다
단식 후유증을 겪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퇴원 후 당무 복귀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가 본인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불거진 당 내홍을 어떻게 수습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우리 안의 작은 차이 극복’을 언급하며 일단 통합을 강조했지만, 이를 담보할 구체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파’ 5인 징계 여부, 탕평 인사가 이 대표의 통합 의지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병원에서 퇴원한 이튿날인 10일 자택에서 공개 일정 없이 보내며 회복 치료에 전념했다. 이 대표는 전날 퇴원 직후 서울지하철 발산역 앞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 들러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함께 손잡고 넘어가자”고 말했다. 오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일단 당의 통합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통합 메시지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본인 체포동의안에 가결을 찍은 것으로 지목된 소속 의원 5명의 징계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당 강성 지지층은 비이재명(비명)계 김종민·설훈·이상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을 ‘가결표를 던진 해당 행위자’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리심판원에서 처리하면 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해도 ‘가결한 사람들을 혼내주겠다’거나 반대로 ‘가결한 사람들을 무시하겠다’는 식으로 어느 한쪽으로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윤리심판원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기구인 윤리심판원이 가결파 5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더라도 막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윤리심판원이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면 이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반박이 나온다.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가 탕평 인사를 할지도 과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책임지고 비명계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송갑석 전 최고위원이 잇달아 사퇴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 지도부 9명 중 고민정 최고위원을 뺀 7명이 친명계로 구성됐다. 이 대표가 남은 지명직 최고위원 한 자리에 비명계 인사를 임명한다면 통합 행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친명계 인사를 임명한다면 친위체제 강화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는 공천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홍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한테 공천을 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지펴졌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정상적인 민주당으로 나가자고 주장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되나, 아니면 국민과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은 저버리고 강성 지지층한테만 영합해서 자신의 정치적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이 당에 도움이 되나”라고 반발했다.
친명계 지도부는 강성 당원들의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성향의 정치인) 감별’ 행위를 옹호하며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진박(진실한 친박근혜계) 감별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에 있는 정치인들이 한 짓이고, 수박 감별사는 유권자들, 당원과 지지자들이 하는 것이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두둔했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이 지난 6일 CBS 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을 패배의 길로, 박근혜 정권을 폭망의 길로 이끌었던 시초가 진박 감별사”라며 “수박 감별기 사태가 우리 민주당 안에서 벌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자 정 최고위원이 반박한 것이다.
이 대표가 통합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 당이 총선 승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가 통합 메시지에 걸맞은 실제 행보를 보여야 한다”며 “흥분한 강성 당원들의 요구를 따르기보다는 당의 미래와 총선 승리를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가결파 5인을 윤리심판원에 넘기는 문제는 지도부가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지명직 최고위원에도 균형 감각을 가진 인물을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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