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14주간 13차례 반성문...재판부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소리”

박주영 기자 2023. 10. 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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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지난 6월2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정유정의 신상공개 사진./뉴스1

과외 앱을 통해 알게 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 등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인 정유정 사건의 재판부가 정유정 등 피고인들이 제출한 잦은 반성문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김태업)는 10일 오전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아 변기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A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반성문 제출과 관련, 정유정 사건을 함께 언급하면서 “정유정도 계속해서 반성문을 써내고 있지만 그게 반성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A씨가 제출한 반성문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걸 표현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결론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좀 해달라는 그런 식의 내용은 제대로 된 반성이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정유정의 반성문에 대해 언급했다.

재판부는 또 “반성문은 본인의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뭐가 잘못됐는지, 본인의 심정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겠다는 내용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에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재판부가 언급한 정유정은 지난 7월 7일 첫 반성문을 낸 이후 지금까지 13차례 제출했다. 3개월여 동안 매주 1차례씩 반성문을 쓴 셈이다. 재판부는 지난 7월 14일 열린 정유정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제출된 첫 반성문에 대해 언급하며 “반성문 페이지마다 본인이 쓴 반성문을 판사가 읽어볼까 의심하며 썼더라”며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구체적으로 다 읽어보니 본인이 써낼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써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본인의 출생과 성장과정, 범행 당시 심경과 범행을 결의한 계기, 할아버지와 가족사항, 반성문에 담긴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등을 반성문에 담으라”고 주문했다. 정유정은 이날 이후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8월28일까지 총 6차례 반성문을 냈다. 이어 9월18일 첫 공판에 이어 오는 16일 2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 7차례 반성문을 더 제출했다.

지금까지 정유정이 재판부에 낸 반성문은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고 범행을 후회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지역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정유정 등 피의자들이 양형 감경 등을 위해 진정성 없이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반성문을 남발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며 “진심을 담지 않은 잦은 반성문 제출은 피의자가 중형 불안을 덜기 위한 집착이나 탐닉이란 심리적 요인도 작용하는데 전혀 실효가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정유정은 공판준비기일 동안에는 “(사회에) 불만을 품고 살지는 않았다.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펴다 지난 달 18일 열린 첫 공판에선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는 내용을 철회한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또 검찰에 제시한 220여개의 증거 사용에도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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