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업계 "빨리 합법화" vs 의협 "비의료인 인체 침습 행위 위험"

정심교 기자 2023. 10. 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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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600만명, 반영구화장·타투 경험 有
의료인 제외한 모든 시술자, 현행법상 '불법'
합법화 관련 법안 11개…회기 내 통과가 관건

반영구화장과 SMP(두피 문신), 전신 타투 등 문신을 비의료인이 시술할 수 있게 하자는 합법화 논의가 국회에서 시동을 건 가운데, 문신업계 종사자들의 합법화 촉구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국내 암암리에 포진한 문신 시술자는 100만명에 달하고, 이들에게 반영구화장·타투 등 문신 시술을 받은 사람만 16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료계는 "비의료인의 인체 침습 행위를 합법화하는 순간 국민의 건강·생명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선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을 비롯해 반영구화장사·타투이스트 등 문신 시술자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반영구화장·타투에 관한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조명희 의원이 지난 8월 30일 대표발의한 것으로, △반영구화장사·타투이스트가 되려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점 △반영구화장사·타투이스트가 아니면 반영구화장이나 타투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는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 △뷰티소상공인협회 △국제전문예술가연합회 △케이타투이스트협회 △케이뷰티전문가연합회 등이다. 윤일향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장은 "문신사 관련 법안 총 11건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며 "1년 또는 6개월의 법 시행 유예기간을 고려하면 이제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제21대 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정섭 케이타투이스트협회장은 "베트남·태국 등지에선 이미 한국 타투이스트가 주목받고 있다. 예술적 재능이 우수하고 열정 가득한 국내 타투이스트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며 합법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반영구화장·타투 관련 법안에 대해 환경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국회가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하며 합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기자회견에서 조명희 의원은 "현재 반영구화장과 타투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고, 단지 판례에 따라 반영구화장과 타투 행위를 의료행위로 보느라 의사가 아닌 사람이 반영구화장과 타투를 시술하는 경우 불법 의료행위로 처벌하고 있다"며 "현실에서는 의료 목적보다는 미용 목적으로 반영구화장과 타투를 받으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법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조 의원은 "반영구화장업과 타투업에 관한 법을 제정해 반영구화장업과 타투업의 자격과 업무 범위, 위생관리 의무, 영업소의 신고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 이용자의 보건위생을 보다 두텁게 보호해 국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일향(발표자)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장을 비롯한 반영구화장·타투업 단체장들과 조명희(왼쪽 3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영구화장·타투에 관한 법안의 국회 내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문신사들, 대법원에 "무죄 판결하라" 릴레이 시위
또 이날 오전 서울 대법원 앞에선 대한문신사중앙회(이하, 문신사중앙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촉구했다. 앞서 문신 시술자 최소윤 씨가 문신 시술하다가 적발돼 불법 의료 행위로 기소된 사건(사건번호 2023도13101, 형제번호 2019형제16865)이 최근 청주지방법원으로부터 1심·2심 모두 무죄 판결받았지만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의료인'의 문신 시술만 합법적으로 인정된다. 비의료인이 문신 시술하다 신고당하면 법적 처분을 면하기 어렵다.

이에 문신사중앙회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위해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장은 "이 사건은 단순히 한 명의 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 문신사 모두에게 적용되는, 판례를 바꾸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최소윤 씨는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끝까지 싸워 이겨내겠다"고 밝혔다.

문신은 의료 행위가 아니라는 게 문신사중앙회의 입장이다. 문신사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어떻게 이 나라는 상식을 뒤집고 문신이 의료행위가 됐으며, 의사들은 뭐 그리 잘나서 문신을 배우지도 않고 문신 전문가가 될 수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중앙회는 "의료계는 그 위험한 문신을 왜 금지하지 않고 병원에서 하라고 하는가? 의사가 문신을 잘해서 그런가?"라며 의료인만 문신 시술이 가능한 현행법을 질타했다.
대한문신사중앙회 소속 회원들이 10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문신사의 타투·반영구화장 등 문신 시술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부터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사진=대한문신사중앙회
의협 "타투 스티커면 비의료인도 가능"
이에 대해 의료계는 '국민의 안전'이라는 카드를 내밀며 맞섰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오늘 대한문신사중앙회의 문신사 합법화 요구 기자회견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는 문신사 합법화 요구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문신은 피부에 상처를 내는 침습적 행위로서 시술 후 피부에 켈로이드(과도하게 생긴 흉터)가 발생할 수 있고, 상처 부위의 염증, 전염성 질환의 감염, 비후성 반흔(울퉁불퉁 튀어나온 흉터) 형성, 이물질 함입 육아종(백혈구가 덩어리진 것) 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여기에 만약 비위생적인 문신 기구를 사용할 경우 B형·C형 간염, 매독, 에이즈 등 세균·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는 명백한 침습 행위라는 것이다.

의협은 입장문에서 "문신사중앙회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지속해서 시도하는 사실이 우려스럽다"고 표했다. 그간 의협은 문신의 대안으로 타투 스티커를 사용할 것을 제시해왔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단지 사회적으로 문신 시술 현상이 빈번하다고 해서 인체를 침습하는 행위를 비의료인이 행하게 하도록 방치하거나, 국민의 건강·생명에 관계된 사안에 대해 '일자리 창출' 같은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해서 안 된다"며 "오히려 비의료인의 문신 행위가 국민의 안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방해요인이라는 점에서 이를 엄중하게 관리해 모든 국민이 안전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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