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국제유가 자극할까…증권가 “주변국 확산 여부가 변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무력 충돌에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10일 코스피는 소폭 하락하며 일단 관망세를 보였지만, 증권가에서는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산할 경우 당장 국제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하락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진 모습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장 초반 1% 넘게 상승 출발했던 코스피는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전날보다 6.15포인트(0.26%) 내린 2402.58 거래를 마쳤다. 상승 출발했던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1.39포인트(2.62%) 떨어진 795.00으로 마감했다.
증권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국제유가를 자극해 당분간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산유국이 아니지만,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산할 경우 국제유가를 자극하고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 당시에는 범아랍권의 산유국들이 원유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제유가가 3배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날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충돌에 4% 넘게 올랐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59달러(4.34%) 오른 배럴 당 8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2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이날 4% 이상 올라 배럴당 88.15달러에 마감했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국내 금융시장에는 악재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의 진행 상황에 따라 변화되겠으나 양국 간 대규모 교전 지속은 달러와 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단기적으로 고금리와 강달러 지속에 대한 우려가 커져 금리 안정화에 의한 안도 랠리 유인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대는 유가의 단기 급등을 야기해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에 따른 긴축 장기화 우려로 인해 글로벌 증시에 작용하는 하방 압력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의혹은 국제유가를 둘러싼 불안을 키우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변 산유국까지 전쟁이 확전되거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증폭될 경우 국제유가와 금리는 상승 압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최근 이란이 하루 200만 배럴 이상 원유 수출을 하고 있어 그나마 국제유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란의 원유 공급 축소 여부가 가장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하마스와 지난 8월부터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디만 전쟁이 확산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주식시장은 중동 분쟁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겠으나, 기존 증시 경로나 인플레이션, 연준 정책 전망의 큰 변화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혹은 사우디의 직접적인 개입과 같은 사태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그 충격과 지속성은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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